건군 제65주년을 기념하는 ‘국군의 날’ 행사가 1일 오전 광화문에서 열리고, 10년 만에 최대규모의 시가행진도 가졌다.

사열을 받는 박근혜 대통령과 김관진 국방장관 앞에 보무도 당당한 육ㆍ해ㆍ공군 최정예 부대와 현무3, 백상어, F-15K, KF-16 등 첨단 신무기가 등장했다. 족집게 맞춤형 지대지 순항 크루즈와 현무미사일 신형이 최초 공개됐다.

대북핵 미사일억제시스템인 킬체인(kill chain) 조기 확보가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세계 8위 군사강국 우리나라 국방예산은 34조5000억원으로 전체의 10%를 차지한다. 특히 이번 국군의 날 행사는 북한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던져주며 국민의 마음을 든든하기 그지없게 만들었다.

어느 누가 이런 모습에서 전쟁 중에 전사하거나 실종돼 시신마저 수습하지 못한 채 버려져 있는 13만여명의 호국영령을 떠올릴 수 있겠는가. 이들은 철저히 잊혀진 존재였다. 지금까지 6ㆍ25 전쟁 군 사망ㆍ실종자의 유해를 가족에게 돌려주기 위한 정부 노력이 미미했던 탓이다.

올해로 6ㆍ25 발발 63주년을 맞지만 당시 전사하거나 실종된 국군장병 16만2394명 중 2만9202명만이 국립현충원 등에 안장돼 있을 뿐 13만명이 넘는 이들이 한반도의 이름 모를 산하에 묻혀 있다.

2000년 육군본부 내 한시조직으로 유해발굴감식단이 만들어져 3057구의 유해를 발굴했지만 55구만이 신원이 확인됐다. 유해 발굴뿐 아니라 채혈 참여 등 유가족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한데 여러 가지가 미흡한 상황이다. 때문에 지금까지 국군 유해 발굴은 2%에 불과하다.

반면, 우리의 우방 미국은 단 한 구의 유해를 찾는 데도 엄청난 공을 들인다. 몇 해 전 미군 당국은 6ㆍ25 당시 한강에 추락한 미군 전투기(F-7F) 잔해와 조종사 유해를 찾기 위해 13명의 전문가를 파견해 강바닥까지 샅샅이 훑는 정성을 보여줬다.

성과는 없었지만 조국을 위해 희생한 군인의 유해를 찾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특히 미국은 북한에 유해 한 구당 우리 돈 4800만원을 지급하면서 1990년부터 443구의 유해를 찾아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몇 해 전부터 ‘한국전 참전용사 정전일’을 선포하고 이날 조기(弔旗)를 달도록 한 것은 이역만리 이름 모를 골짜기에 남겨진 8100여명의 미군 유해를 고향으로 돌려보내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최근 우리 정부도 유해 발굴에 눈을 돌리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국방부는 2008년까지 사단급으로 발굴활동을 하던 것을 2009년부터는 군단급으로 격상하고 48개 지역서 대대적인 발굴활동에 나서고 있다.

유해발굴감식단은 50년 넘는 유골도 감식해내는 3차원 스캐너와 디지털 X선 촬영기 등 첨단장비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소장급을 사령관으로 450명의 전문인력에 연간 600억원의 예산을 쓰는 미국에 비해 대령급 단장에 연간 3억원의 예산이 배정되는 우리의 처지는 하늘과 땅 차이인 것은 분명하다.

유해 한 점을 발굴하는 것은 사막에서 바늘 찾듯 막대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유해 발굴은 나라를 지키다 산화한 그들의 혼을 위로하는 거룩한 작업이다. 6ㆍ25 발발 이후 60년이 다 되면서 당시 참전용사들의 나이가 팔순이 넘는 등 고령화가 지속되고, 또한 각종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지형이 달라져 증언 확보와 고증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향후 2~3년이 유해 발굴의 성패를 좌우할 중요한 시기다. 더 이상 늦기 전에 한 구의 유해라도 더 찾아 가족의 품으로 돌려줘야 한다. 그것은 조국을 위해 몸을 바친 호국영령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임을 명심하여 실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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