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에이즈라 불리며 창궐하는 재선충병으로 인해 제주도의 울창한 소나무숲과 청정산림자원이 대재앙의 위기에 직면했다. 제주의 전체 산림면적 8만9000여ha 가운데 소나무림은 1만6200여ha로 18%의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데, 이 소나무숲이 사라진다면 산림자원과 경관에 치명상을 입게 된다.

제주 소나무림은 가뜩이나 40~60년생 장령림에 빼곡한 하층식생, 덩굴류가 덮고 있는 등 생육환경마저 열악한 상황에서 재선충병에 감염된 고사목이 속수무책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현재 해발 200m 이하인 제주시 애월, 조천, 구좌 등 대부분 지역에 재선충병이 발생했고, 서귀포시 대정 무릉·영락, 안덕 사계 등지에도 감염목과 고사목이 확산일로다.

국립산림과학원 표본조사결과 제주도의 고사목은 7월말 기준 3만5000여 그루였으나 8~9월 사이 급격히 늘어 현재는 총 5만여 그루로 파악되는데, 이 중 25%이상이 재선충병에 의한 감염목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동안 산림 당국과 지자체의 지속적인 방제로 소강상태를 보이던 재선충병이 다시 확산 일로의 위기에 처한 것은 올여름 극심한 무더위와 가뭄 때문으로 보고 있다. 높은 기온으로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의 증식이 활발해지면서 재선충 피해 면적도 덩달아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소나무재선충병이 대규모로 발생하고 있는데도 제주도정은 '매년 4월까지 고사목을 제거하도록' 한 산림청의 방제 메뉴얼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사목제거’가 재선충병 확산을 저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임에도 제주도는 초기 대응이 미진해 이런 사태를 초래한 것이다.

산림청 조사에 따르면 올해 5월 말에도 제주와 4864 그루의 고사목이 제거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재선충병 확산과 더딘 제거작업, 가뭄 등 자연적 요인이 더해져 9월 20일 현재 제주는 5만3691 그루의 고사목이 아직까지 남아 있는 실정이고, 내년 4월까지 약 6만본에서 9만5000본의 고사목이 더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는 심각한 지경이다.

제주도는 각 시․군 공무원들을 차출해 소나무 재선충 방제활동에 나서고 있다지만 도민들의 눈에는 전시행정에 지나지 않는다. 더 이상 늦춰서도 안 되고 마땅히 책임져야할 일인 만큼 행정 공백을 막을 최소한의 인원만 남기고 전 공무원이 전사적으로 방제 대응에 나서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는 한 그루도 빠짐없이 면밀히 조사해 죽은 나무는 빨리 베어내고, 피해 정도가 약한 경우 방제 작업을 서둘러 피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유일한 방책이다. 연말까지로 한정된 마지막 집중 방제시기를 놓쳐 손쓸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면 제주도는 더 이상 수려한 자연경관을 가진 세계문화유산이 될 수 없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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