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러시아의 정치범 지지 집회에 참석한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 : 롤링 스톤즈 기사 본문 캡처
지난 2019년 러시아의 정치범 지지 집회에 참석한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 : 롤링 스톤즈 기사 본문 캡처

 

푸틴의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Alexei Navalny)가 어둡고 유머러스한 댓글로 다시 자신의 존재를 나타냈다. 지지자들과 3주 전 연락이 끊긴 이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근황을 밝힌 곳은 ‘북극 늑대’(Polar Wolf)로 불리는 러시아 최북단 시베리아의 교도소다. 나발니가 러시아 교정 시스템 내 최악의 유형지로 평가받는 교도소로 이감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BBC와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나발니의 대변인인 키라 야르미시는 25일(현지시간)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그는 현재 야말로-네네츠 자치구의 하르프에 있는 IK-3(제3교도소)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 그의 변호사가 면회했으며 알렉세이는 잘 지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끈질긴 정적으로 알려진 나발니는 불법 금품 취득, 극단주의 활동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아 30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그는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약 230km 떨어진 러시아 중부 블라디미르 지역 멜레코보의 제6교도소에 수감됐지만 그의 측근들은 이달부터 그를 찾을 수 없었다.

나발니는 야르미시가 마지막 접견을 했다고 밝혔던 지난 6일부터 소재 파악이 되지 않아 사실상 실종됐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나발니는 26일(현지시간) 자신의 엑스를 통해 북극 원점 위의 카르프 마을 감옥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언급하며 “이제 나는 양가죽 코트를 받았고, 곧 발렌키(러시아 전통 신발)도 받을 예정”이라며 “앞으론 북극권에서 살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제 나는 당신의 새로운 산타클로스다. 여기엔 사슴은 없지만, 거대하고 아름다운 양치기 개가 있다”며 “산타클로스라고 했으니 선물이 궁금할 텐데, 나의 선물은 ‘특별 통치 체제’라 아주 나쁜 행동을 한 사람만 받을 수 있다”고 적었다.

시베리아의 살인적인 추위를 견뎌야 하는 자신의 상황을 러시아에 새로운 정치 체제를 선물할 산타클로스 변신했다는 농담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은 긴 겨울과 혹독한 추위로 악명이 높다. 북극권이라 다음 주에는 기온이 최저 영하 29도까지 기온이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곳은 1960년대에 설립된 소련 강제 노동 수용소 시스템의 일부이기도 하다.

나발니의 동료이자 반부패재단 대표인 이반 즈다노프는 나발니가 이감된 제3교도소가 러시아 최북단의 고립된 곳이라면서 "러시아 당국은 대선을 앞두고 그를 격리하고 싶었던 게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대통령 선거일은 내년 3월 17일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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