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측근 부패 비리 폭로·반정부 시위 조직
30년 징역형 선고받고 복역 중
가장 악명 높은 교도소서 이감 후 행방 묘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인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Alexey Navalny·47)가 수감 중인 교도소에서 다른 곳으로 이감된 뒤 행방이 묘연한 상태라고 그의 변호인단과 지지자들이 11일(현지시간) 전했다.

가디언과 로이터 등에 따르면 나발니는 수감 중이던 교도소에서 이감된 뒤 6일째 연락이 두절됐다. 이날 예정돼 있던 법원 화상 심리에도 출석하지 않았다.

나발니 측근들은 그가 더 엄격한 통제·관리가 이뤄지고 외부와의 접촉이 차단되는 교도소로 이송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나발니는 푸틴의 20여년에 걸친 지배 기간 중에 가장 심각한 위협 중 하나였다. 그는 반정부 시위를 조직하고 블로그와 소셜 미디어를 통해 푸틴과 측근들의 부정·부패를 폭로해 왔다.

푸틴의 최대 정적으로 불리는 그는 결국 기부금 횡령, 사기, 극단주의 단체 조직 및 활동 등 혐의로 징역 30년 형을 선고 받았다. 유엔 등 국제사회는 이를 '정치적 탄압'으로 규정했다.

나발니의 보좌관 키라 야르미시는 SNS 엑스(X·옛 트위터)에 “제2 교도소(IK-2) 직원들은 나발니가 더는 이곳의 수감자가 아니라고 말했지만 그를 어디로 데려갔는지는 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IK-2는 모스크바에서 100㎞ 떨어진 곳으로 러시아에서 가장 악명 높은 교도소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수감 중 실종됐다고 그의 변호인단이 11일(현지시간) 밝혔다. : The Guardian 기사 본문 캡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수감 중 실종됐다고 그의 변호인단이 11일(현지시간) 밝혔다. : The Guardian 기사 본문 캡처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주 나발니의 변호인들의 면회 신청은 사흘 연속 거절당했고 나발니에게 보낸 편지들도 전달되지 않았다. 

미 당국도 나발니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소식에 우려를 표명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1일 "그가 사라진 지 6일이 지났다. 모스크바 주재 대사관과 공조해 관련 정보를 취합하겠다"고 말했다. "나발니는 즉시 석방돼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그의 실종은 푸틴 대통령이 그의 5번째 집권을 맞는 내년 대선 출마를 발표하기 직전에 일어났다. 푸틴은 스탈린 이후 가장 오래 집권한 크렘린 지도자이며, 만약 그가 6선 연임을 확정해 2036년까지 통치를 연장한다면 이 기록을 넘어서게 된다.

한편 나발니의 지지자들은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노보시비르스크에서 반푸틴 게릴라 캠페인에 나서고 있다. 이들 푸틴의 비판자들은 비폭력적인 '당파적' 전술을 사용해 반대 의견을 표출할 것을 촉구하는 웹사이트로 연결되는 QR 코드를 사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러시아 정부가 선거 운동 전에 나발니를 침묵시키고 그의 지지자들로부터 그를 차단하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나발니 보좌관 야르미시는 "그가 구금돼 있는 감옥 내부엔 환기 시설과 뜨거운 물도 없고, 그에겐 제대로 음식도 공급되지 않고 있다. 배고픔으로 인해 기절했을 수도 있다"면서 "그럼에도 변호사들은 이후 알렉세이를 만났고 그는 비교적 건강해 보였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사라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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