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네그로 총리, 권도형 자필 편지 공개
유력 총리 후보 연루 의혹
총선 앞두고 정치권 스캔들로 확산

권도형 대표는 지난 4월23일 몬테네그로 수도 포그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코스타리카 위조 여권을 갖고 두바이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직전 체포됐다. 일각에선 권 대표가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도피 생활 과정에서 스파이치 대표의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권 대표에 대한 다음 재판은 오는 16일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에서 열린다. : Inside Edition 캡처
권도형 대표는 지난 4월23일 몬테네그로 수도 포그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코스타리카 위조 여권을 갖고 두바이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직전 체포됐다. 일각에선 권 대표가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도피 생활 과정에서 스파이치 대표의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권 대표에 대한 다음 재판은 오는 16일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에서 열린다. : Inside Edition 캡처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몬테네그로 차기 총리 후보로 떠오른 야당 유력 정치인에게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후원했다는 내용의 폭로가 나왔다.

8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일간지 '비예스티'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드리탄 아바조비치 총리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권 대표가 그에게 자필로 보낸 편지의 내용을 공개했다.

이 편지엔 권 대표가 몬테네그로 야당 '지금 유럽'의 밀로코 스파이치 대표와 2018년부터 인연을 맺었고 정치자금을 후원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권 대표는 아바조비치 총리 외에도 마르코 코바치 법무부 장관, 특별 검사실 등 정부 고위층에게도 같은 내용의 편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총리의 폭로는 며칠 앞으로 다가온 몬테네그로 총선을 앞두고 현지에서 정치 스캔들로 번지는 모습이다. 스파이치 대표의 '지금 유럽'이 현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바조비치 총리는 권 대표가 자필로 쓴 편지에 스파이치 대표에게 정치 자금을 후원했다는 내용이 쓰여져 있었다면서, 권 대표와 스파이치 대표와의 유착 관계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과 한국이 권도형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요청하는 상황에서 스파이치 대표가 권도형과 접촉한 것이 사실이라면 몬테네그로에도 좋지 않다"며 "우리가 글로벌 사기꾼의 온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금 유럽'은 지난해 6월 창당한 신생 정당이다. 같은해 10월 지방선거에서 선전한 데 이어, 올해 4월 대선에서는 이 정당 소속의 야코브 밀라토비치 전 경제부 장관이 대통령에 당선되기도 했다.

차기 총리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스파이치 대표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스파이치 대표는 2018년 초 자신이 일하던 회사가 테라폼랩스에 투자한 사실은 있지만, 권 대표에게 정치 자금을 받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권 대표가 몬테네그로에서 붙잡힌 건 내가 당국에 정보를 흘려줬기 때문”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또 권씨가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건 자신이 당국에 정보를 흘렸기 때문이라며, 권씨와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반면 필리프 아드지치 내무부 장관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스파이치 대표가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권 대표를 만났다는 정보를 갖고 있다"며 "당시는 권  대표가 인터폴 적색 수배를 받던 때이다. 우리는 두 사람이 베오그라드의 어디 곳에서 만났는지, 거리명까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십억 달러를 마음대로 주무르는 암호 화폐 세계의 누군가가 몬테네그로 선거 과정에 개입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다면 우리는 반드시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한 "권도형에게서 압수한 노트북에는 정치 자금 후원의 증거가 담겨 있다"며 "그 액수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지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권 대표는 몬테네그로에서 붙잡히기 전 인접한 세르비아에 머물렀던 것으로 전해진다. 독일 언론은 권 대표 측이 베오그라드에서 구매한 고급 아파트가 스파이치 대표 소유였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권 대표가 보낸 편지 내용이 사실이라면 권 대표가 현지 도피 과정에서 스파이치 대표의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권 대표에 대한 다음 재판은 오는 16일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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