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문순자, 시평/현달환

▲ 문순자 시조시인 ⓒ제주인뉴스

여섯 살 계집애가 그려놓은 수평선
높아진 하늘만큼
바다 빛 더 깊어졌다.
새처럼
가벼이 앉은
아흔 넷
내 어머니

 -문순자의 '상강 무렵'

가을이 점점 깊어간다. 산에는 단풍이 물들여 온통 형형색색 빛을 발하고 있다. 이맘때면 쾌청한 날씨가 계속되며 밤에는 기온이 매우 낮아진다. 이번 상강霜降은 10월 23일로 말그대로 상강이란 서리가 내린다는 의미이다.

계절이 순환되는 이 시점에 새처럼 가벼이 앉은 아흔 넷, 아 내어머니는 무슨 생각을 할까.가을이 독해지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늦가을이란  중독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여섯 살 계집애와 아흔 넷의 어머니는 백살이 된다. 점점 깊어가는 가을처럼 점점 익어가는 소녀와 어머니의 존재는 기침처럼 철저하게 중독된다.[현달환 시인]

저작권자 © 제주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