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2012년 12월19일 대통령선거가 치러지던 날 새벽, 박근혜 대선후보는 아마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 "내가 당선된다면 '국민행복시대'를 여는 대통령, 대통합을 이루는 대통령 역할을 누구보다 잘 할 수 있을 텐데, 제발 당선돼 위기의 이 나라를 제대로 세울 수 있었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을 했으리라.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과연 박 대통령은 선거 당일의 간절한 염원, 당선이 확정된 직후의 감격과 포부, 그리고 숱한 다짐들을 국정운영으로 잘 결행하고 있을까.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대선때 얻었던 51.6%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과거 이명박, 노무현 전 대통령 등이 집권 초에 촛불집회와 탄핵 등으로 큰 부침을 겪었던 것에 비하면 참으로 안정적인 지지율이다. 집권당인 새누리당과 야당인 민주당의 지지율 격차는 거의 갑절 차로 벌어졌다. 국민이 박 대통령과 집권당에게 그만큼의 신뢰를 주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음직한 대목이다.

그런데 실상은 어떠한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은 여전히 정권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것이 결국은 대선불복 논란으로까지 확산하면서 1년전 대선이 여전히 진행중이라는 얘기까지 나돈다. 국민들의 불안한 삶을 위로한답시고 내걸었던 기초연금과 4대 중증질환 국가부담, 반값 등록금 등 복지 공약의 후퇴는 박 대통령에 대한 신뢰성을 훼손시켰다. 예산 형편상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손 치더라도 어딘지 의뭉스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것은 진념 전 복지부 장관의 사퇴에서도 엿볼 수 있다.

대통령인수위 때부터 시작된 부적절 인사 논란, 대탕평과는 거리가 느껴지는 그간의 인사처결은 박 대통령 집권 1기의 중대한 흠결로 꼽힌다. 무엇보다 집권당은 청와대만 바라보고, 청와대는 "정치적인 문제는 국회에서 해결하라"며 오불관언하면서 야당과의 소통을 끊고 있는 행태는 국민의 정치에 대한 염증을 가중시킬 뿐이다. 야당 역시 그 책임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

대선 패배후 변신에 실패하면서 지지율 하락으로 존재감마저 위협받는 민주당은 마침내 당내 세력간 불신과 분열로 참담한 위기를 맞고 있다. 건강한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강력한 견제세력이 필요한데도 이처럼 무기력한 야당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집권세력의 오만을 키우는 것뿐이다. 야권이 지리멸렬하고 민심마저 떠나가는 형국에서 박 대통령과 집권당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갖는 까닭이다.

요즘 대학가와 정치권에는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논쟁으로 시끌벅적하다. 철도파업 노동자 대량 직위해제,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 등 사회이슈를 거론하며 대학생들이 목소리를 낼 것을 독려하는 내용 자체는 새삼스러울 게 없다. 하지만 `별탈 없이 잘 살고 계시냐'는 이 느닷없는 문안인사는 청년들, 나아가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그들이 안녕치 못한 탓일게다. 국민의 안녕을 책임져야 하는 게 청와대와 집권당이 할 일이고, 특히 국민행복시대를 내건 대통령의 몫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이제 겨우 1년이 지났을 뿐, 앞으로 4년의 시간과 기회가 있다. 국민을 안녕하게 하려면 박 대통령은 1년전 그때의 간절한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지지자들과 주변 세력보다는 그 반대편에 서 있는 세력의 목소리에 더 귀기울이는 포용과 여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래에 대한 불안에 더해 기성세대에 대한 분노와 불만이 노골화되고 있는 청년층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려 보살펴야 할 때다.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위한 박 대통령의 부단하고도 결연한 의지를 기대해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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