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19세기 책 표지에서 인피 걷어내
"책의 출처와 이력 문제 제기"···하버드대 공식 사과

미국 하버드대학교 호튼 도서관에 소장돼 있는 19세기에 씌여진 책 '영혼의 운명에 대하여(Des Destinees de L’Ame)' 사본. 이 책은 본인의 의지에 반해 인간의 피부로 묶인 작품이라는 점에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 Guardian 기사 본문 캡처
미국 하버드대학교 호튼 도서관에 소장돼 있는 19세기에 씌여진 책 '영혼의 운명에 대하여(Des Destinees de L’Ame)' 사본. 이 책은 본인의 의지에 반해 인간의 피부로 묶인 작품이라는 점에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 Guardian 기사 본문 캡처

 

하버드대학교가 90년간 보관하던 한 책에서 인간 피부로 만든 표지가 제거됐다.

하버드 대학교는 27일(현지시간) 호튼 도서관에 보관된 19세기 책 표지에서 인간 피부로 만든 제본을 제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 특이한 제본이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대한 '윤리적인 문제' 때문이다.

문제의 책은 프랑스인 아젠느 우세(Arsène Houssaye)가 1879년에 쓴 '영혼의 운명에 대하여(Des Destinées de L’Ame)'다.

아젠느는 프랑스의 시인이자 소설가다. 이 책은 1880년대 중반 아젠느가 영혼의 본질과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해 쓴 책이다. 이 책의 첫 번째 소유자인 프랑스 의사 루도빅 볼랑(Ludovic Bouland) 박사는 인간의 피부로 책을 제본했다.

하버드대는 "볼랑이 자신이 근무하던 정신병원에서 뇌졸중으로 사망한 여성환자의 피부를 동의 없이 채취했다"고 말했다.

1934년 하버드대에 기증됐을 때부터 이 책에는 여성의 등에서 떼어낸 피부로 표지를 만들었다는 내용의 메모지가 끼워져 있었다. 손으로 쓴 메모에는 “인간의 영혼에 관한 책은 인간의 피부로 감싸야 마땅하다”고 쓰여 있었다.

호튼 도서관의 기록보관인 톰 하이리(Tom Hyry) 교수는 하버드가 발표한 질의응답에서 "당신이 상상할 수 있듯이 이 문제는 도서관 입장에서 보면 특이한 상황이었으며 우리는 이러한 결정을 내리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했다. 

 

1800년대 프랑스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아젠느 우세(Arsène Houssaye). : BBC 기사 본문 캡처
1800년대 프랑스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아젠느 우세(Arsène Houssaye). : BBC 기사 본문 캡처

 

"사람의 피부로 겉을 감싼 이 책의 핵심 문제는 한 의사가 사람의 전체 모습을 보지도 않고 확실한 동의 없이 사망한 환자의 피부 조각을 떼어내 사용하는 추악한 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이제 유해를 안식시킬 때라고 믿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28일(현지시간) "과거엔 호튼 도서관의 장서 페이지 작업에 고용된 하버드 학생들은 인간의 피부로 덮여 있다는 말을 하지 않고 책을 가져오라고 요구하는 신고식을 거쳤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2014년 이 책이 사람의 피부로 제본된 것으로 확인된 후에도 하버드대는 경솔한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

당시 하버드대 측은 지난 2014년 책 표지가 인피(人皮)임을 발표하면서 선정적이고 유머러스한 어조를 사용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당시 대학은 테스트 결과를 알리면서 “인피 제본 팬(fans)들이나 서적광들, 식인주의자들에게  희소식”이라고 발표했다. 

가디언은 또 "인류학 제본(Anthropodermic bibliopegy)은 인간의 피부로 책을 포장하는 관행으로 19세기에 엄청난 인기를 누렸으며 적어도 1500년대부터 이뤄져왔다"고 전했다.

하버드대는 “신중한 연구와 이해 관계자들의 논의 끝에, 책의 출처와 이력에 대한 여러 윤리적인 특성 때문에 이 책에 사용된 유해는 더이상 하버드 도서관 소장품이 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도서관은 현재 이 책과 익명의 여성 환자에 대한 추가 출처와 전기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이 인간 유해에 대한 최종 처분을 결정하기 위해 프랑스 당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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