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서 의문사한 러시아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지지자가 사망 소식 이후 베를린에서 그의 사진을 들고 있다. : BBC 기사 본문 캡처
감옥에서 의문사한 러시아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지지자가 사망 소식 이후 베를린에서 그의 사진을 들고 있다. : BBC 기사 본문 캡처

 

감옥에서 의문사한 러시아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어머니 류드밀라 나발나야가 아들의 시신을 확인한 뒤 당국으로부터 비밀 매장에 동의하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불리던 나발니는 러시아 대선(3월15일~17일)을 한 달 앞둔 지난 16일 수감 중이던 야말로네네츠 자치구 제3 교도소(IK-3)에서 산책 후 의식을 잃고 숨졌다.

러시아 교정 당국은 이날 나발니가 산책 후 몸이 좋지 않았고 곧 교도소에서 의식을 잃었다고 보고했다. 이후 구급차가 도착했지만 그를 되살릴 수 없었다고 주장하면서 사망 원인은 아직 '확인 중'이라고 덧붙였다.

나발나야는 22일(현지시간) 나발니가 운영하던 유튜브 채널에 게시한 영상을 통해 시베리아 북단 야말로네네츠 자치구의 살레하르트 마을에서 아들의 시신을 봤다고 밝혔다.

나발나야는 영상에서 "그들은 나를 협박하고 있으며 아들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묻어야 하는지 조건을 정하고 있다"며 “나발니의 사망 경위를 조사하는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가 시신을 작별 인사도 없이 비밀리에 묻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들(수사관들)은 내 눈을 바라보며 비밀 장례식에 동의하지 않으면 아들의 시신에 무엇인가를 하겠다고 했다”며 “한 수사관은 ‘시간은 당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시체가 부패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수사관들은 사망 원인을 알고 있으며 모든 의료·법률 문서가 준비돼 있다고 했다”면서 자신에게 문서를 보여주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키라 야르미시 나발니 대변인은 사망 진단서에 ‘자연사’라고 적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나발니 가족과 측근들은 나발니가 살해됐다며 푸틴 대통령과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러시아 당국이 나발니의 사망 원인을 '돌연사 증후군'이라며 모호하게 밝히면서 그의 사망 원인에 대한 의혹이 국제 사회에서 증폭됐다. 그러면서 2020년 나발니를 사망 직전까지 몰고 갔던 강력한 독극물 '노비촉'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 BBC 기사 본문 캡처
러시아 당국이 나발니의 사망 원인을 '돌연사 증후군'이라며 모호하게 밝히면서 그의 사망 원인에 대한 의혹이 국제 사회에서 증폭됐다. 그러면서 2020년 나발니를 사망 직전까지 몰고 갔던 강력한 독극물 '노비촉'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 BBC 기사 본문 캡처

 

나발니의 의문사와 관련해 서방 국가들은 푸틴 정권의 책임을 주장하며 러시아 대사들을 속속 초치하고 있다.

16일 영국을 시작으로 독일, 라트비아, 핀란드, 스페인, 스웨덴 등이 자국 주재 러시아 대사를 연이어 소환해 푸틴 정권의 책임을 강조하고 완전하고 투명한 조사를 촉구했다.

나발니의 어머니는 그의 사망이 발표된 지 일주일 만에 시신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소식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포함한 서방 지도자들의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나발니의 의문사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책임으로 규정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비밀리에 나발니의 부인과 딸을 만났다.

바이든 행정부는 나발니의 죽음, 러시아의 억압과 공격성, 잔혹하고 불법적인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대응으로 23일 대규모 대(對)러시아 제재를 발표할 예정임을 확인했다고 백악관은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캘리포니아주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오늘 아침 알렉세이 나발니의 아내와 딸을 만날 수 있어 영광이었다”며 “우리는 내일 나발니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푸틴을 상대로 제재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발표할 제재와 관련해 빅토리아 뉼런드 국무부 정무차관은 이날 워싱턴DC에 있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행사에서 미국이 러시아에 '수백개'의 제재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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