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년 함께한 부인과 자택서 안락사로 생 마감

동반 안락사로 생을 마감한 드리스 반 아흐트 전 네덜란드 총리와 부인 외제니 여사. : Guardian 기사 본문 캡처
동반 안락사로 생을 마감한 드리스 반 아흐트 전 네덜란드 총리와 부인 외제니 여사. : Guardian 기사 본문 캡처

 

드리스 판 아흐트 전 네덜란드 총리 부부가 자택에서 동반 안락사로 생을 마감했다.

영국 가디언은 10일(현지시간) 판 아흐트(Dries van Agt) 전 총리와 부인 외제니(Eugenie) 여사가 지난 5일 93살을 일기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판 아흐트 전 총리가 설립한 권리포럼 연구소는 “반 아흐트 전 총리가 70년 넘게 함께하며 항상 ‘내 여인’이라고 불렀던 부인 외제니 여사와 함께 손을 맞잡고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장례식은 비공개로 치렀다.

1977년부터 1982년까지 네덜란드 총리를 역임한 판 아흐트 전 총리는 네덜란드 정치에서 진보주의의 상징이었다. 그의 임기는 대마초 소비의 비범죄화, 안락사와 조력자살의 합법화 등 과감한 정책 결정으로 특징지어졌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화려하고 독특한 언어, 명확한 신념, 인상적인 연설로 양극화와 정당 혁신의 시기에 네덜란드 정치에 색채와 실체를 부여했다”고 전했다.

변호사 출신인 판 아흐트 전 총리는 기독민주당(CDA)의 초대 지도자였고, 1977~1982년 총리를 지냈다. 그는 2019년 팔레스타인 추모 행사에서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다. 부인 역시 급격히 건강이 악화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가디언에 따르면 네덜란드에선 동반 안락사 사례는 드물지만 최근 증가 추세다. 앞서 2020년 26명(13쌍), 2021년 32명(16쌍), 2022년 58명(29쌍)이 동반 안락사를 선택했다.

네덜란드 안락사 전문기관 ‘엑스퍼티센트럼 유토나시’의 대변인 엘케 스바르트는 동반 안락사가 드문 이유에 대해 “두 사람이 동시에 극심한 고통을 겪으면서, 치료될 가망이 없고, 함께 죽음을 원할 가능성은 극히 적다”고 설명했다.

네덜란드는 2002년 세계 최초로 적극적 안락사를 합법화했다. 다만 환자가 자발적으로 안락사를 요청한 경우, 환자의 고통이 절망적이고 견딜 수 없는 경우, 합리적인 다른 해결책이 없는 경우 등 6가지 조건을 들어 안락사를 허용한다.

2022년 네덜란드에서 안락사를 택한 사람은 8720명에 이른다. 안락사는 의사가 약물을 투여하는 방식과 함께 의사가 제공한 약을 환자가 직접 투약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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