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문학계의 핵심 인물·전쟁 비평가, 차에 치인 뒤 며칠 만에 사망

러시아 지하 문학계의 핵심 인물이었던 레프 루빈스타인(Lev Rubinstein)이 지난 8일 교통사고로 인한 부상으로 14일 모스크바에서 사망했다. : 워싱턴 포스트 기사 본문 캡처
러시아 지하 문학계의 핵심 인물이었던 레프 루빈스타인(Lev Rubinstein)이 지난 8일 교통사고로 인한 부상으로 14일 모스크바에서 사망했다. : 워싱턴 포스트 기사 본문 캡처

 

러시아 지하 문학계를 이끌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던 러시아 시인 레프 루빈스타인(Lev Rubinstein)이 차에 치인 뒤 며칠 만에 사망했다.

15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레프 루빈스타인은 지난 8일 교통사고를 당한 뒤 혼수상태에 빠져 14일 세상을 떠났다고 루빈스타인의 딸 마리아가 전했다.

그의 딸 마리아는 "아버지 레프 루빈스타인이 오늘 돌아가셨다"라고 자신의 블로그에 적었다.

루빈스타인은 1970~80년대 전통적인 소비에트 시대의 규범을 뒤집고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아방가르드 문학 운동인 '러시아 개념주의'의 창시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모스크바의 자신의 모교에서 사서로 일하던 시절 영감을 받아 각 구절을 별도의 카드에 쓴 '엽서 시'를 낭독하는 방식으로 시와 연극 사이에서 자신만의 장르를 만들어냈다. 도서관 카탈로그를 닮은 최종 작품은 독자가 시와 물리적으로 상호 작용하도록 유도했다.

소비에트 체제가 붕괴된 후 루빈스타인은 유명세를 타며 그의 작품이 널리 출판되기도 했다.

2022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러시아 인권 단체인 메모리얼은 루빈스타인에 대해 "시적이고 기민하며 아이러니한 그는 그 자체로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이었다"고 평했다.

그는 푸틴 정부에 공개적으로 적대적이었고, 크렘린궁의 탄압과 인권 침해가 심화되는 것에 대해 정기적으로 항의했다.

루빈스타인은 지난 2021년에 화학 무기인 노비초크 공격 이후 치료를 받고 독일에서 러시아로 돌아오다가 체포된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2022년 2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본격적인 공격을 시작한 후 루빈스타인과 다른 유명 작가들은 크렘린의 '전쟁 범죄'와 '거짓말'을 비난하는 공개 서한에 서명하기도 했다.

당시 루빈스타인은 전쟁에 대해 "모든 전쟁은 시작하기 쉽고 끝내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끔찍하다. 사람이 죽고 도시가 파괴되기 때문에 끔찍한 일이 아니다. 전쟁에서는 사람들의 영혼이 파괴되고 왜곡되며, 전쟁의 결과는 때로 다음 세대에게도 재앙이 된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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