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 선박관광, 힐링 아닌 ‘킬링투어'"

지난 6일 오전 11시 10분쯤 서귀포시 대정읍 연안에서 규정을 위반한 관광선박 한척이 근접한 거리에서 남방큰돌고래 무리를 쫓아가고 있다. 출처 : 핫핑크돌핀스

 

멸종위기종인 남방큰돌고래 서식지로 잘 알려진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돌고래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일부 선박들의 관광 움직임이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6일 오전 11시 10분쯤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 이날 관광객들을 가득 태운 관광선박이 남방큰돌고래들을 근거리에서 바짝 쫓아가는 모습이 해양환경 단체 핫핑크돌핀스 카메라에 포착됐다.

핫핑크돌핀스는 당시 그물에 걸린 남방큰돌고래 '종달'이를 모니터링하던 중 관광선박이 근접한 거리에서 규정을 지키지 않은 채 위험하게 운항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촬영한 뒤 관계기관에 알렸다.

핫핑크돌핀스에 따르면 최근 남방큰돌고래 주요 서식지에서 가까운 한 마을은 최근 돌고래체험마을을 표방하면서 동시에 돌고래 선박관광을 홍보하는 등 이중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또 모 지상파 방송의 한 프로그램에선 제작진이 유리바닥 보트를 타고 여행하는 장면에서 남방큰돌고래들이 선박 밑으로 지나가는 장면을 여과 없이 내보내기도 했다.

핫핑크돌핀스는 12일 논평에서 "최근 제주도 일대에서 벌어지는 돌고래 선박관광의 실태를 유심히 살펴보면 돌고래 힐링이 아니라 ‘킬링’에 가까운 것이 사실이다. 관광선박이나 낚시선박들까지 모여들어 지역적 멸종위기에 처한 보호종 돌고래들을 마치 사냥하듯 포위하거나 너무 가까이 접근하면서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빠른 속도로 운항하는 관광선박에 돌고래가 부딪히면 지느러미가 잘리는 큰 부상을 입거나 심하면 돌고래가 목숨을 잃기도 하는 상황임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핫핑크돌핀스는 "관광객들을 태우고 돌고래들을 쫓아다니는 선박관광 회사들은 과연 이 돌고래 가운데 최근 얼굴과 몸통에 이어 꼬리까지 긴 낚싯줄에 걸린 채 살기위해 몸부림을 치는 어린 남방큰돌고래 ‘종달’의 사연을 알기나 할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꽁이’ 그리고 ‘단이’ 사례처럼 지금까지 제주 바다에서 몸에 그물이 걸린 돌고래들은 몸부림을 치다가 몇 달 뒤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연구자들은 이들이 죽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했다

계속해서 "한 편에선 온몸이 칭칭 그물에 걸린 종달이가 죽음과의 사투를 벌이며 그물을 끊어내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데 그 옆에선 관광선박에 탑승한 이들이 돌고래를 봤다며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고 전했다. 

 

돌고래체험마을에 세워진 힐링투어 선착장. 사진 : 핫핑크돌핀스
돌고래체험마을에 세워진 힐링투어 선착장. 사진 : 핫핑크돌핀스

 

핫핑크돌핀스는 "이러한 문제점을 인지한 해양수산부는 최근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제주남방큰돌고래 보호를 위한 관찰·관광 규정이 지켜질 수 있도록 집중 홍보하고, 적극적인 단속을 실시하겠으며, 나아가 제주남방큰돌고래 보호를 위해 해양보호구역 지정 및 육상관찰 전환 등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의 이와 같은 정책 방향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흐름이 선박관광 회사의 무리한 운항에서부터 공영방송의 무책임한 선박관광 홍보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핫핑크돌핀스는 "지역적 멸종위기에 처한 남방큰돌고래들이 개체수가 줄어들 위협에서 벗어나 앞으로 오랫동안 제주 바다에서 인간과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도록 더 늦기 전에 해양생물보호구역 지정과 선박관광 중단 그리고 생태법인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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