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당시 지리산 전투사령부 근무
"국립묘지 안장 추진…존경·예우 다할 것"
제주 4·3 사건 당시 상부의 총살 명령을 거부하고 무고한 주민들의 목숨을 구한 고(故) 문형순 전 모슬포경찰서장이 75년 만에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았다.
3일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국가보훈부는 문 전 서장에 대한 6·25 참전유공자 등록을 마무리한 뒤 그 결과를 경찰에 통보했다. 지난해 7월 참전유공으로 서훈을 요청한 지 5개월여 만이다.
도민사회에선 문 전 서장의 독립운동 사료를 발굴해 독립유공자 심사를 보훈부에 6차례 요청했으나 입증자료 미비 등의 이유로 서훈을 받지 못했다.
제주경찰청은 문 전 서장이 6.25 한국전쟁 때 경찰관으로 재직했으며, ‘지리산전투사령부’에 근무한 이력에 착안해 2022년 7월 독립유공자가 아닌 참전유공자 서훈을 요청했다.
관련 자료를 검토한 국가보훈부는 참전유공자로 결정하고 그 결과를 제주경찰청에 통보했다.
평안남도 안주 출생인 문 전 서장은 1920년대 일제강점기 만주 일대에서 광복군에 들어가 항일무장 독립운동을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 전 서장은 신흥무관학교(만주의 독립군 양성학교)를 졸업한 뒤 1930년대에는 중국 허베이에서 지하공작대로, 1945년에는 임시정부 광복군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광복 이후 경찰에 투신, 제주청 기동경비대장, 제주 성산포경찰서장, 경남 함안경찰서장 등을 역임한 뒤 1953년 제주청 보안과 방호계장으로 퇴직했다.
문 전 서장은 1949년 모슬포경찰서장 시절 좌익 혐의를 받던 주민 100여 명이 처형될 위기에 처하자 자수시킨 뒤 훈방해 학살 위험에서 구출했다.
1950년 성산포경찰서장 재임 중에는 군 당국의 예비검속자 총살 명령에 대해 ‘부당(不當)하므로 불이행(不履行)’이라는 글을 보내며 총살 명령을 거부하고 성산포경찰서에 구금돼 있던 221명을 방면했다.
당시 문 전 서장의 결단으로 당시 제주도 전역에서 1000여명이 예비검속으로 희생된 반면 성산면 지역의 예비검속자들은 6명을 제외하고, 모두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1953년 9월 제주청 보안과 방호계장을 끝으로 퇴직한 문 전 서장은 1966년 6월20일 제주도립병원에서 향년 70세로 유족 없이 생을 마감했다. 현재 제주 평안도민 공동묘지에 잠들어 있다.
경찰청은 "문 전 서장이 참전유공자로 등록됨에 따라 제주호국원과 협의해 국립묘지 안장을 추진하는 등 경찰영웅으로서 존경과 예우를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