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NN 기사 본문 캡처
: CNN 기사 본문 캡처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의 벨루가 '벨라'가 수조 안을 돌아다닌다.

북극해 연안에서 자유롭게 무리지으며 사는 자연 속 다른 벨루가 친구들과 달리, 콘크리트 벽과 인공 바위로 이뤄진 이 황량한 탱크엔 거의 10년 동안 암컷 벨루가 고래가 살고 있다.

CNN은 한국의 가장 부유하고 큰 대기업 중 한 곳이 운영하고 있는 대형 수족관에서 10년간 갇혀 지내고 있는 벨루가 고래 '벨라'에 대한 내용을 담은 기사를 지난 24일(현지시간) 게재했다.

CNN은 "이 벨루가의 이름은 벨라다. 벨라는 벨리와 벨루라는 두 마리의 수컷 벨루가와 함께 펭귄, 물개 등 다른 북극 동물들과 함께 아쿠아리움의 인기 명소로 자리 잡았다"고 했다.

이어 "수심 24피트, 1224톤의 수조에서 이 세 마리 돌고래는 종종 방문객들의 셀카와 틱톡의 피사체가 되어 푸른빛이 도는 물속에서 잠수하고 빙글빙글 도는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고래는 때때로 관람객을 구경하기 위해 관람 갤러리로 장난스럽게 헤엄쳐 올라오기도 하고, 고래의 관심을 끌기 위해 수조 유리 벽에 랩을 하는 어린 아이들도 많았다"고 했다.

미국의 돌고래 해방 운동가 릭 오베리는 CNN과 인터뷰에서 "고래 거래는 탐욕에 의해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어 "이 카리스마 넘치는 포유류를 포획해 해양 공원과 수족관에 판매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했다.

오베리는 "수족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수면 아래를 들여다보고 몇 분간의 재미가 그런 잔인함을 정당화할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할 때까지 착취는 멈춰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양황환경 단체 핫핑크돌핀스가 크리스마스 이브인 지난 24일 오후 롯데월드 아쿠아리음 입구에서 흰고래 벨루가 해방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 핫핑크돌핀스
해양황환경 단체 핫핑크돌핀스가 크리스마스 이브인 지난 24일 오후 롯데월드 아쿠아리음 입구에서 흰고래 벨루가 해방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 핫핑크돌핀스

 

야생에서 벨루가 고래의 평균 수명은 35세에서 50세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벨루는 2016년 5살의 나이로 사망했다. 벨리는 몇 년 후인 2019년에 12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벨루가 고래의 죽음은 국내 동물권 운동가들의 비판 움직임에 불을 지폈고, 이후 2019년 롯데는 벨루가를 방류하겠다고 약속했다.

해양환경 단체 핫핑크돌핀스 조약골 공동 대표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롯데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알 수 없다"며 "전시는 여전히 열려 있으며 공개 날짜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이 고래가 수조에서 동료들이 죽은 후에도 '전형적인' 스트레스 행동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CNN은 "핫핑크돌핀스가 전송한 영상에는 고래가 작은 원을 그리며 빙빙 돌면서 수면 근처에서 무기력하게 떠다니는 모습이 담겨 있다"고 전했다.

롯데 측 관계자는 지난 11월에 있었던 CNN과의 이메일 교환에서 '벨라'의 석방 계획이 아직 유효하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이 관계자는 CNN에 "이 과정이 '최종 단계'에 있다"면서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은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벨라의 방류를 위한 적절한 환경과 시기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방류 시기는 보건복지부와 최우선적으로 조율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벨라는 건강 상태가 양호하며 현재 '새로운 바다 환경'에 대비하기 위한 훈련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벨라를 여전히 수족관 내에 전시하고 있는 이유를 묻는 질문엔 "현재로서는 벨라가 머물 다른 곳이 없다"고 말했다.

CNN은 지난 주, 이에 대해 롯데 측에 추가 논평을 요청했지만 "보도 시점까지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야생에서 벨루가 고래는 북극해와 캐나다, 북미, 러시아, 그린란드 주변의 바다와 해안에서 발견된다. 전문가들은 벨루가 고래가 수천 마일을 헤엄쳐 유빙과 피오르드(fiord) 사이를 3000피트 이상 수심까지 잠수할 수 있는 이동성 동물이라고 말한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의 벨루가 '벨라'가 수조 안에서 유영하고 있다. 야생에서 돌고래의 평균 수명은 35세에서 50세 사이지만, 사육장에서는 그 절반에 불과하다. 사진 : 핫핑크돌핀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의 벨루가 '벨라'가 수조 안에서 유영하고 있다. 야생에서 돌고래의 평균 수명은 35세에서 50세 사이이지만, 사육장에서는 그 절반에 불과하다. 사진 : 핫핑크돌핀스

 

야생에서의 평균 수명은 35세에서 50세 사이이지만, 사육장에서는 그 절반에 불과하다. 특히 고래는 무리지어 사는 동물이라 수족관처럼 좁은 공간에서 혼자 지내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지능이 높아서 자신이 수조에 갇혀 있다는 것도 인지할 수 있다.

북극 군도와 허드슨만 등의 지역에서 20년 이상 벨루가 고래 개체군을 연구해온 해양 생물학자 발레리아 베르가라는 CNN에 "벨루가 고래처럼 지능이 높고 사회적으로 복잡한 종은 포획된 상태에서 행복할 수 없다. 벨루가 고래는 자유 의지가 없고 정신적 자극이 부족하기 때문에 포획 상태에서 고통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1960년대 인기 TV 시리즈 플리퍼(Flipper)의 큰돌고래 훈련으로 명성을 얻은 동물 조련사 출신인 릭 오베리는 현재 돌고래 사냥과 포획된 해양 포유류의 고통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한 글로벌 캠페인을 이끌고 있다.

오베리는 자신이 설립한 단체인 '릭 오베리 돌고래 프로젝트'가 미국, 캐나다, 핀란드와 스웨덴 같은 유럽 국가에서 돌고래 수족관을 폐쇄하는 데 큰 진전을 보였지만 아시아에선 더 많은 수족관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베리는 "업계 전체가 자신들이 만들어낸 카피캣 신드롬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동아시아 국가들이 돌고래 수족관과 해양 공원을 만들기 시작하고 야생에서 잡은 고래와 돌고래를 구입해 수조를 채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들은 씨월드와 같은 곳을 보면서 '저들이 할 수 있다면 우리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이 동물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어떻게 포획됐는지에 대해 비판적인 질문을 하지 않는 관객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며 "이를 막으려면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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