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9일 런던 대영박물관을 찾은 방문객이 '엘긴 마블스'로도 알려진 파르테논 대리석을 보고 있다. 이 조각은 19세기 초에 오스만제국 주재 영국 외교관이었던 '엘긴 경' 토머스 브루스가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에서 떼어간 대리석 조각들이다. 당시 그리스는 오스만제국에 점령된 상태였다. : TIME 기사 본문 캡처
올해 1월9일 런던 대영박물관을 찾은 방문객이 '엘긴 마블스'로도 알려진 파르테논 대리석을 보고 있다. 이 조각은 19세기 초에 오스만제국 주재 영국 외교관이었던 '엘긴 경' 토머스 브루스가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에서 떼어간 대리석 조각들이다. 당시 그리스는 오스만제국에 점령된 상태였다. : TIME 기사 본문 캡처

 

고대 유물인 파르테논 신전의 대리석 조각(Elgin Marbles) 반환을 둘러싼 영국과 그리스의 갈등 때문에 두 나라 정상 간 만남이 불발됐다.

BBC 등에 따르면, 영국 총리실은 회담을 하루 앞둔 27일 일정을 취소하겠다고 그리스 측에 통보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은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가 정상회담을 앞두고 '앨긴 마블스'의 반환을 요구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수낵 총리의 대변인인 맥스 블레인은 28일 양측이 정상회담에서 파르테논 조각 반환 문제를 논의하지 않기로 사전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블레인은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에 수낵 총리는 회의가 생산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전날 밤 성명을 내고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몇 시간 후로 예정된 정상회담을 갑자기 취소했다"며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낵 총리와 국제사회의 주요 과제와 함께 파르테논 조각들에 대해 논의하는 기회를 갖기를 바랐다"며 "자신의 입장이 옳고 타당하다고 믿는 사람은 논쟁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초타키스총리는 28일(현지시간) BBC 로라 쿤스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조각품은 본질적으로 도난당했다"며 반환을 요구했다. 그는 일반 시민들이 작품을 원래의 환경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대영 박물관과의 파트너십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 : euronews 기사 본문 캡처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 : euronews 기사 본문 캡처

 

'엘긴 마블스'로도 불리는 이 조각들은 기원전 447년에서 432년 사이에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에 있는 그리스 여신 아테나의 신전인 파르테논 신전의 건축 장식으로 만들어졌다.

파르테논 신전 외벽 상단에 장식됐던 이 조각품은 19세기 초 오스만제국 주재 영국 외교관이었던 엘긴 경(Lord Elgin) 토마스 브루스가 영국으로 가져온 것이었다.

그리스는 1832년 오스만제국으로부터 독립한 뒤 여러 차례 환수를 추진했지만, 영국은 거부했다. 이로 인해 현재 파르테논 신전의 대리석은 런던 대영박물관과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박물관 두 곳에 나눠서 보관돼 있다.

BBC는 엘긴 마블스 반환과 관련해 "수낙 영국 총리는 런던에서 대리석의 수호자로 보이기를 열망하고 있다"고 했다. BBC에 따르면 보수당 고위 소식통은 "우리의 입장은 분명하다. 엘긴 마블은 대영박물관 영구 소장품의 일부이며 이곳에 속한다"고 말했다.

반면 BBC 외교 특파원 제임스 랜데일은 "이번 사건은 정부의 전략적 목표에 어긋난다"며 "올해 공식 외교 정책 검토에선 영국의 계획은 브렉시트 이후 유럽 동맹국들과 더욱 강력한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고대 그리스의 조각품 모음인 엘긴 마블스는 영국이 제국 시대에 수집한 수천 점의 유물 중 일부에 불과하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영국에 물품 반환을 요구하는 국가가 많아졌다.

나이지리아는 베냉 청동기의 반환을 요구하고 있고, 중국은 자국의 문화 유물을 반환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스는 고대 그리스 조각품을 돌려받길 원하고 있다.

한편 조각품을 아테네로 반환하기 위한 캠페인인 파르테논 프로젝트(Parthenon Project)가 의뢰한 YouGov 여론 조사에 따르면, 그리스가 영국 박물관에 다른 유물을 빌려줄 경우 영국인의 64%가 조각품 반환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건 없는 반품도 52%가 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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