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민간위탁 조항 삭제 뒤 수정 가결
도내외 41개 여성·인권 단체 16일 반대의견 제출
"단어만 삭제했지 실제적인 베이비박스 지원조례"

제주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는 17일 민주당 송창권 의원(제주시 외도동.이호동.도두동)이 대표 발의한 '제주도 위기임산부 및 위기영아 보호·상담 지원 조례안'을 수정 가결했다. : 도의회
제주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는 17일 민주당 송창권 의원(제주시 외도동.이호동.도두동)이 대표 발의한 '제주도 위기임산부 및 위기영아 보호·상담 지원 조례안'을 수정 가결했다. : 도의회

 

위기임산부와 위기영아를 보호·지원하기 위한 조례안이 제주도의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제주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는 17일 오전 '제주특별자치도 위기임산부 및 위기영아 보호·상담 지원 조례안'을 수정 가결했다.

이 조례안은 송창권 의원(민주당, 외도·이호·도두동)이 대표발의했다. 조례안엔 위기임산부 및 위기영아에 대한 보호 및 상담 사항을 규정해 부모와 자녀의 안전한 출산 및 양육환경을 조성하는 내용이 담겼다.

제주도지사가 위기임산부와 위기영아의 안전과 권익을 보호하고 위기영아가 원래의 가정에서 안전하게 양육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반면 제주여민회와 여성인권연대 등 도내·외 41개 단체는 지난 16일 반대의견서를 제출하고 조례에 대한 도의회 상임위 심사를 앞두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인권 단체들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베이비박스 관련된 주요 사안에 대한 진지한 사회적 논의는 진행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해를 넘겨 올해 ‘베이비박스’라는 단어만 삭제한 뒤 실제적인 베이비박스 지원조례로 의심할 수밖에 없는 조례를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베이비박스 논쟁의 핵심 논쟁은 아동의 알권리와 여성의 보호에 관한 사항이고, 이는 중요한 국가적 행위이자 인권의 문제인데, 이를 그저 위탁사업으로만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 조례안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도 겨우 2일로 매우 짧아 민주주의적 절차도 크게 훼손되고 있다”며 “조례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작업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제주도의회 임시회 1차 회의에서 김경미 위원장은 이 조례안을 수정 가결한 이유를 설명하며 "이 조례가 정한 위기임산부는 모자보건법에 나온 임산부에 해당하기 때문에 기존의 사업들을 더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며 "일명 베이비박스 운영을 허용하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는 조항은 삭제했다"고 말했다.

이번 조례가 베이비박스를 합법화해 영아 유기를 조장하는 것으로 보여질 수 있기 때문에 민간위탁 조항을 삭제했다는 의미다.

인권 단체들은 16일 조례안에 대한 반대의견서에서 "‘베이비박스’등 눈에 보이는 단어는 삭제했으나, 조례의 해당 내용을 폭넓게 규정하면서도 실제 세부 이행 규정은 위탁 규정 하나에 불과하며, 위탁 근거를 명시하고 있지도 않다"고 했다.

이어서 "결국 위기 임산부와 위기 영아에 대한 폭넓은 영역을 민간으로 이전할 수 있는 위탁 조항만 규정함으로서 실제적으로 베이비박스와 유사하거나 또는 거의 똑같은 형태의 제도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베이비박스 설치 지원 조례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인권 단체들은 "위기 임산부와 위기 영아의 문제는 영아와 임산부의 기본적 생명권과 인권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으며, 매우 깊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사항"이라며 "그럼에도 현재 제주도의회의 위 조례안에 관한 논의는 너무나 얕아 보인다"고 거듭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례안은 ‘부결’돼야 한다”며 “제주 사회에 꼭 필요한 사안이라면 좀 더 깊고 진지한 사회적 논의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좀 더 세밀한 조례로 재구성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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