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체첸 수도 그로즈니에서 러시아 독립 언론 ‘노바야 가제타’ 소속 기자 옐레나 밀라시나와 변호사 알렉산더 네모프가 차로 이동하던 중 괴한의 습격을 받았다. : 노바야 가제타 기사 본문 캡처
4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체첸 수도 그로즈니에서 러시아 독립 언론 ‘노바야 가제타’ 소속 기자 옐레나 밀라시나와 변호사 알렉산더 네모프가 차로 이동하던 중 괴한의 습격을 받았다. : 노바야 가제타 기사 본문 캡처

 

체첸 공화국의 동성애자 인권 침해 문제를 취재하던 러시아 언론인이 괴한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5일(현지시간) 러시아 독립언론 노바야 가제타 소속 기자 옐레나 밀라시나와 변호사 알렉산더 네모프가 지난달 말 체첸공화국 수도 그로즈니로 이동하던 중 복면을 쓴 괴한들에게 공격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체첸 자치공화국의 인권 침해에 대해 탐사 보도를 이어왔던 밀라시나는 변호사와 함께 체첸을 방문했다가 신원을 알 수 없는 이들에게 심하게 구타당해 머리와 양손 손가락이 부러지는 등 다발성 골절을 입었다.

노바야 가제타에 따르면 밀라시나는 망명한 체첸 야당 활동가의 어머니인 자레마 무사예바의 재판을 취재하려고 알렉산더 네모프 변호사와 함께 수도 그로즈니로 이동하고 있었다. 

밀라시나는 체첸 그로즈니 공항에서 멀지 않은 지점에서 타고 있던 차에서 끌어 내려져 파이프로 구타당했다.

또 밀라시나의 머리카락을 강제로 삭발한 뒤 얼굴과 몸에 요오드액을 뿌렸다. 밀라시나는 이 과정에서 뇌손상과 손가락이 부러지는 등 골절상을 입었고 여러 차례 의식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요오드는 소독제로도 쓰이는 물질이다. 과거 러시아 야권 운동가인 알렉세이 나발니 등 러시아 내 반체제 인사들이 공격받았을 당시 사용된 물질이다.

밀라시나는 “예전처럼 전형적인 납치사건이 오랜만에 일어났다”며” “그들이 와서 운전사를 내쫓은 뒤 달려들어 우리에게 총을 겨누고 무릎을 꿇게 했다. 그들은 모든 것이 서툴렀으며 손을 묶는 것조차 제대로 못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러시아 정부 대변인은 지난 4일 언론 브리핑에서 이번 사건을 언급하며 “우리는 매우 심각한 공격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에서 현재 활동을 금지당한 인권 단체 ‘메모리얼’은 러시아 당국과 체첸 당국이 '함께 행동한다'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을 두고 ‘국제 앰네스티’는 “비겁한 공격”이었다며 비난하는 한편, 러시아 당국에 “가해자들을 신속히 검거해 정의의 심판을 받도록 하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이들의 안전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밀라시나는 언론인에게 주는 '루이스 M. 라이언즈' 상, 미국 국무부가 주는 '용기 있는 국제 여성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밀라시나는 수년간 체첸에서 벌어진 고문 등 인권 침해 의혹 등을 취재 보도해왔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이 보복성 폭행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저작권자 © 제주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