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릭 갈런드 미국 법무장관이 23일(현지시간) 마약 펜타닐 제조에 사용되는 화학 물질을 불법으로 미국에 들여온 혐의를 받는 중국 기업 및 개인을 기소했다. 미국이 펜타닐 관련 중국인을 기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Reuters 영상 캡처
메릭 갈런드 미국 법무장관이 23일(현지시간) 마약 펜타닐 제조에 사용되는 화학 물질을 불법으로 미국에 들여온 혐의를 받는 중국 기업 및 개인을 기소했다. 미국이 펜타닐 관련 중국인을 기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Reuters 영상 캡처

 

미국 법무부가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의 원료를 만들고 판매한 중국 기업 4곳과 중국인 8명을 기소했다. 

미 정부가 펜타닐 밀수와 관련해 중국 기업 등을 사법 조치한 것은 처음이다.

로이터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23일(현지시간) 펜타닐 원료 생산, 유통 등과 관련한 혐의로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화학업체 아마블 바이오테크(Amarvel Biotech) 등 4개 중국 기업과 8명의 중국인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미 법무부는 중국 기업이 미국으로 밀수한 200㎏에 달하는 펜타닐 원료를 압수했다. 

이와 관련 미 법무부는 중국 업체들이 미국에서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호아킨 구스만(일명 엘 차포)이 이끈 멕시코의 대형 마약 거래 조직 시날로아 카르텔 등과 거래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선 강력한 합성 마약인 펜타닐 과다복용으로 지난해에만 약 11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정부는 연간 6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가는 펜타닐 중독에 대해 전면전에 나서고 있다. 

펜타닐은 중국산 화학물질을 주원료로 멕시코에서 제조돼 미국으로 밀수되고 있다. 미국 마약단속국(DEA)은 1년간의 집중 단속으로 거래상 3300여명을 체포하고 펜타닐 4400만정을 압수했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앤 밀그램 DEA 국장은 기자회견에서 헤로인의 50배에 이를 정도로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은 “미국인들에게 가장 큰 위협”이라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 "임의적 구금·일방적 제재로 완전한 불법"

 

미국과 중국은 2018년부터 불법 펜타닐 유통을 막기 위해 공조를 이어왔지만 최근 미·중 갈등으로 관련 협력이 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7월까지 미국 정부는 주미중국대사관과 펜타닐 관련 논의를 진행했지만, 같은 해 8월 대만 문제를 두고 양국관계가 악화한 뒤 중국이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메릭 갈런드 미 법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마약 조직이 치명적인 펜타닐을 제조하는 데 필요한 원료를 제공하는 중국 화학 기업들을 막는 것도 포함한다”며 "중국 정부가 중국의 화학·제약 회사가 펜타닐 마약 제조와 유통에 역할을 하는 것을 막는 결단력 있는 조치를 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번 체포와 기소는 미국이 펜타닐 제조와 관련해 중국 쪽을 직접 단속한 첫 사례로 알려졌다. 

이번 기소에 대해 리사 모나코 법무차관은 "펜타닐 유통의 근원지를 직접 타격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펜타닐은 극소량만으로도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데다 100% 인공으로 제조된다"며 다른 마약성 물질과 차원이 다른 위협이라고 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당국은 기소된 중국인들 중 2명은 함정수사로 체포해 신병을 확보했다. 마약단속국은 펜타닐 원료 200㎏을 건네면 암호화폐를 주겠다며 후베이 아마블 바이오테크의 중역인 왕칭저우와 첸이이를 유인했고, 피지에서 하와이로 추방당한 이들을 체포했다.

미 사법당국의 중국인 체포에 대해 중국 측은 즉각 반발하며 외교 채널을 통해 공식 항의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전형적인 임의 구금이자 일방적인 제재이고 완전한 불법"이라며 "중국 국민의 기본 인권을 엄중히 침해하고, 중국 기업의 이익을 엄중하게 해쳤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필요한 조치를 취해 중국 기업과 국민의 합법적 권익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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