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러시아 장비를 부착하고 북유럽 바다에서 발견돼 ‘스파이’로 의심받은 발디미르(벨루가)가 4년 만에 스웨덴 해안에 나타났다.

영국 가디언의 29일(현지시간) 보도에 의하면 전날 스웨덴 남서부 훈네보스트란드 해안에서 러시아 장비를 장착한 돌고래가 발견됐다.

이 돌고래는 2019년 봄 노르웨이 북부 핀마르크 지역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발견 당시 노르웨이에서 액션캠을 끼울 수 있는 홀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장비'로 표시된 띠를 부착한 채로 발견돼 러시아 해군의 스파이 훈련을 받았을 것이라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반면 러시아는 이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노르웨이 당국은 이 돌고래에게 노르웨이어 단어 '고래'(Hval)를 러시아식 이름으로 변형해 '발디미르'(Hvaldimir)라는 별명을 지어주고 띠를 제거해줬다. 또 ‘발디미르’라는 이름을 사용해 돌고래의 신원을 알리기 위해 노력해왔다.

노르웨이 당국은 발디미르가 사람 손을 탄 것으로 추측하며 살고 있던 곳에서 탈출했거나 훈련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발디미르 지원단체 ‘원웨일'(OneWhale)의 해양생물학자 세바스티안 스트란드는 "발디미르가 왜 지금 이렇게 속도를 냈는지 모르겠다"며 "자신이 있던 자연환경으로부터 아주 빠르게 멀어지고 있어 의아하다"고 말했다.

이어 “짝을 찾으려는 호르몬 작용일 수도 있고, 외로움 때문일 수도 있다”며 “벨루가는 대단히 사회적인 종이므로 다른 벨루가들을 찾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는 발디미르의 나이를 13~14세로 추정하며 “호르몬이 많을 나이”라고 설명했다. 

스트란드는 발디미르가 노르웨이 연어양식장 인근에서 야생 물고기를 먹이로 찾아왔으며 건강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발디미르는 2019년 4월 처음 목격된 이후 다른 벨루가를 만나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지역에서 가까운 벨루가 서식지는 노르웨이 북부 해안과 북극 사이에 있는 스발바르 제도다.

벨루가는 약 6m까지 클 수 있고 40∼60년가량 산다. 주로 그린란드나 노르웨이 북부, 러시아의 차가운 바다에 서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