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자연의 벗, 보전 패러다임 해안 정책 요구
"보전지역 확대하고 해안사구 개발 원천적으로 막아야"
"멸종위기종 등 전수조사 토대로 해양 생태계 보전 정책 세워야"

환경부 해안사구 목록에 등록된 도내 14곳의 해안사구. : 국립생태원
환경부 해안사구 목록에 등록된 도내 14곳의 해안사구. 자료 : 국립생태원

 

도내 환경 단체가 "해양보호구역 등 보전지역을 확대하고 해안사구에 대한 개발을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면서 개발 패러다임의 해안 정책에서 보전 패러다임 해안 정책으로 전환을 요구했다.

제주 해안을 오랜 기간 조사해온 제주 자연의 벗은 30일 '바다의 날'을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라는 전대미문의 위기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바다의 현실은 어둡다. 특히 국내에서 가장 독특한 지질적·생태적·경관적 가치를 지닌 곳인 제주 바다는 수난에 가까울 정도로 상처를 입은 곳"이라고 지적했다.

제주 자연의 벗은 "화산쇄설물이 부서지면서 제주만의 검은 모래해안이 만들어졌고 제주의 거센 바람은 내륙까지 길게 뻗은 독특한 해안사구를 만들어냈다. 게다가 용암동굴과 해안사구의 만남은 용천동굴과 당처물동굴이라는 유일무이한 용암동굴을 만들어 제주도가 세계 자연유산이 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했다.

이어 "현무암질 용암 해안과 풍부한 해양생태계는 제주의 자랑이며 중요한 문화유산인 해녀가 탄생할 수 있었던 토대"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러한 독특한 해안으로 인해 제주는 국내 최고의 관광지가 됐다. 그러나 제주도를 국내 최고의 관광지로 키워준 제주 바다에 대해 우리는 너무나 가혹했다"고 했다.

계속해서 "석양을 받으면 반짝이던 탑동 해안의 먹돌은 매립에 의해 사라졌고 아름다운 ‘여’(바다 암초의 제주어)들의 전시장이던 이호 해안도 매립에 의해 사라졌다. 무분별한 방파제 건설로 인해 황우치 해변처럼 모래가 사라지고 있는 해안이 부지기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달과 지구의 우주적 활동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밀물과 썰물의 소리를 조약돌을 통해 들을 수 있던 알작지 해안은 해안도로 개발로 옛 모습이 사라져버렸고 국내 최대 해안사구였던 김녕 해안사구는 소형사구로 쪼그라들어 버렸다. 국내 해안사구 중 순비기나무 최대 군락지라는 사계 해안사구도 도로, 주차장 개발과 사람들의 답압으로 갈수록 파괴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서 "국내에서 바다거북의 (거의) 유일한 산란지라고 할 수 있는 중문해안에 바다거북은 16년째 돌아오고 있지 않다. 대신에 바다거북의 사체와 다친 개체만 매해 평균 10개체 이상이 제주해안에서 발견되고 있다"며 "제주 바다를 서식지로 삼고 있는 남방큰돌고래의 서식 상황도 늘 불안한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설쿰바당 해안사구. 사진 : 제주 환경운동연합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설쿰바당 해안사구. 사진 : 제주 환경운동연합

 

제주 자연의 벗은 해녀들이 작업하는 공간이며 삶의 터전인 제주의 연안이 이미 손댈 수 없을 정도로 '사막화'되어가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들은 "이 때문에 어업생산력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며 해녀가 언제까지 남아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바다의 자궁이라 할 수 있는 연안의 생산력이 줄어들면 제주 바다 전체의 생산력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들은 "이처럼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제주도의 해안은 수난의 역사를 안고 살았다. 제주 바다의 현실이 이러함에도 여전히 제주도당국의 해양 정책은 보전에 방점이 찍혀 있지 않다. 바다와 육지의 완충 작용을 하는 해안사구는 지금도 파괴되고 있으며 행정당국에 의한 ‘합법적인 해안 개발’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라고 우려했다.

또한 "이제부터라도 제주도 당국의 해양 정책, 특히 해안 정책이 큰 전환을 하지 않으면 제주 바다는 더 망가져 장기적으로는 제주도의 관광산업도 위태롭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면서 "더 이상 제주도의 해안이 망가지지 않도록 해양보호구역, 습지보호지역 등 보호지역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더 이상의 해안도로 신설과 확장은 중단해야 된다. 방파제의 건설도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지양해야 한다. 제주 바다의 멸종위기종 등의 전수 조사를 토대로 해양생물의 보전 계획도 본격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기후위기의 대안으로 떠오른 ‘블루카본’의 핵심인 염생식물이 자라는 해안사구에 대한 개발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제주도는 개발패러다임의 해안 정책에서 보전 패러다임 해안정책으로의 전환을 본격 시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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