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경찰 "정당한 직무 집행"
환경 단체 "표현의 자유 제한하는 과잉대응"

윤석열 대통령이 핵 오염수를 컵에 따르는 사진이 담긴 포스터가 제주시 지역 버스정류장에서 포착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실제로 제주경찰청은 도내 버스정류장 42곳에 포스터 56매를 무단으로 부착한 혐의로 환경운동연합 활동가 3명을 경범죄 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한 뒤 조사하고 있다.

경찰 수사에 대해 도내 환경 단체는 "무리한 대응"이라며 "언제부터 경찰이 경범죄에 그렇게 집요하게 수사하고 본인 확인을 촘촘히 조사했었나"라고 즉각 반발했다.

반면 경찰은 "해당 포스터를 부착한 사람들에 대해 조사가 진행 중이다. 정당한 직무집행을 하고 있다"고 수사에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제주 평화인권연구소왓은 "경찰이 후쿠시마 핵오염수 반대 포스터 부착에 대한 경범죄 혐의에 대해, CCTV를 정밀 조사하고 차주의 신원을 추적해 확인하며, 차주의 집까지 방문 조사해 재확인하는 것은 분명 과도한 경찰력 집행 행위"라고 했다.

이어 "통상적이지 않는 방문조사때, 경찰은 거의 협박에 가까운 수준의 '행위 지시자를 밝히지 않으면 사안이 커질 것'이라는 식의 발언을 했다"면서 "왜 이렇게 강압적이고 무리한 수사를 하는것이냐"고 반문했다.

연구소는 "실제 서귀포 경찰서는 혐의자로 추정되는 시민단체 활동가에게 '정부를 비방하는 포스터'를 붙였는지 물었다"며 "경범죄처벌법이든 옥외광고물법이든 어떤 다른 범죄에 연루된 것이 아니라면 그런 질문을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시민사회 단체의 반박 성명서에 대한 경찰의 의견을 살펴보면, '특별한 혐의점이 없으면 경범죄 처벌로 종결하겠다'고 한다"며 "그렇다면 특별한 혐의에 대한 의심이 있다는 것인데, 도대체 경범죄와 옥외광고물법 혐의 이외에 무슨 혐의점이 더 있다는 말이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표면적으로 다른 혐의점이 없다고 하면서도 결국 권력의 눈치를 보는 것은 아닌가"라며 "결국 시민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의 권리가 침해될 여지가 많이 생겼다"고 질타했다. 

 

제주경찰청은 도내 버스정류장 40여 곳에 포스터 56매를 무단 부착한 제주환경운동연합 관계자 3명을  경범죄 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사진 : 탈핵·기후위기 제주행동
제주경찰청은 도내 버스정류장 40여 곳에 포스터 56매를 무단 부착한 제주환경운동연합 관계자 3명을 경범죄 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사진 : 탈핵·기후위기 제주행동

 

연구소는 옥외광고물법이든, 경범죄처벌법이든 간에 법의 의도는 국민의 의사 표현을 좀 더 중대한 가치로 보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그래서 지난번 4·3 혐오 왜곡 현수막이 난무했을 때, 경찰은 '통상적 정당활동이라고 판단되면 제거할 수 없다'는 법적 근거를 들이밀며 제주사회에 큰 상처만 남긴 것에 대해 훌륭하게 변명하지 않았냐"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이번에는 제주 사람들의 삶을 크게 훼손할 수 있는 중대한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 정반대로 행동하고 있다"며 "아주 꼼꼼하게 따져가면 처벌할 수 있는 법조항과 규칙을 시민들에게 무리하게 들이 밀고 있다"고 했다.

이어서 "이런 혐의자에 대한 지속적인 압박과 방문 수사, 출석 요구는 결국 경찰력의 집행에 있어 공평하지도 정당하지도 않다"고 날을 세웠다.

연구소는 "지금의 엄중한 정치적 상황에서 비상식적이고 무리한 경찰의 대응은 시민사회 단체 활동의 자그마한 꼬투리라도 잡아 시민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려는 반민주주의적, 반인권적 행위로 비춰질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계속해서 "경찰은 통상적이고 보편적 법집행을 넘어서 시민들의 자유로의 의사표현을 억압하려는 행태를 멈추고, 의사표현의 권리가 최대한 보장하는 방식으로서 합당한 경찰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경찰은 국제인권법과 우리나라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시민의 의사표현의 자유에 보다 더 큰 가치를 두고, 법집행에 있어 시민들의 인권이 최대한 보장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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