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했던 것보다 어려웠다"

아프가니스탄 전장에서 두 다리를 잃은 네팔 구르카 용병 출신 하리 부다 마가르는 의족에 의지한 채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다. : 하리 부다 마가르 인스타그램
아프가니스탄 전장에서 두 다리를 잃은 네팔 구르카 용병 출신 하리 부다 마가르는 의족에 의지한 채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다. : 하리 부다 마가르 인스타그램

 

아프가니스탄 전쟁터에서 두 다리를 잃은 네팔 구르카 용병이 의족을 착용하고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다. 

지난 20일(현지시간) BBC는 구르카 용병 출신인 네팔 남성 하리 부다 마가르(Hari Budha Magar, 43)가 전날 에베레스트 정상(해발 8848.86m)을 밟는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정상에 오른 그는 "장애인들이 가진 용기와 투지를 세계에 보여주고,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는 롤 모델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1999년 영국군에 입대한 마가르는 2010년 아프간 전쟁터에서 급조폭발물(IED) 공격으로 두 다리를 잃었다. 군인 20명이 한 줄로 걸어가던 중 딱 10번째였던 마가르의 발밑에서 폭탄이 터졌다. 

 

마가르가 셰르파 4명과 함께 에베레스트를 등반하고 있다. : 하리 부다 마가르 인스타그램
마가르가 셰르파 4명과 함께 에베레스트를 등반하고 있다. : 하리 부다 마가르 인스타그램

 

마가르의 에베레스트 도전은 ‘장애인 차별’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시작됐다. 지난 2017년 12월 네팔 정부는 사망 사고를 줄이겠다며 산악 규정을 개정해 두 다리가 없는 장애인과 시각장애인의 에베레스트 등반을 금지했다.

이후 그는 장애인의 에베레스트 등정 금지령을 폐지하기 위한 투쟁에 나섰고, 실제로 2018년 네팔 대법원은 네팔 정부의 조처가 차별적이라는 청원을 받아들여 이 금지령을 취소했다.

마가르는 셰르파 4명과 에베레스트 등정에 나섰다. 그는 지난 6일 베이스캠프에서 등반을 시작해 19일 오후 3시쯤 정상에 도달했다. 

의족을 착용한 탓에  등반 속도는 다른 산악인보다 3배가량 느릴 수 밖에 없었다. 등반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지만, 그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정상에 설 수 있었다. 

두 다리를 잃은 마가르는 절망에 빠진 끝에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고 알코올 중독에도 시달렸다. 그는 자신의 삶이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했다.  

마가르는 영국 통신사 AP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19살까지 네팔에서 자랐고 외딴 마을에서 장애인이 어떻게 대우받는지 봤다”며 “아직도 많은 사람이 장애는 전생의 죄이며 장애인은 지구의 짐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렇게 자랐기 때문에 그렇게 믿었다”고 했다. 

등반에 대해 마가르는 "상상했던 것보다 어려웠다"면서 "어떤 장애든 올바른 마음가짐을 가지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정상을 향해 계속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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