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1심 소송서 원고 패소 판결
"1심에서 각하된 9명 원고 적격 인정해야"

제주녹색당과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은 26일 오전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자림로 도로구역결정 무효 확인 소송 1심 판결에 대한 항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 제주인뉴스
제주녹색당과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은 26일 오전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자림로 도로구역결정 무효 확인 소송 1심 판결에 대한 항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 제주인뉴스

 

비자림로 확장 공사를 두고 두 번째 법정 공방이 예고됐다.
 
제주지방법원은 지난 11일 비자림로 확장 공사에 대해 시민사회 단체가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도로구역 결정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원고 10명 중 9명이 사업의 환경영향평가 대상 지역 내에 거주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하(원고 자격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의미)를 선고했다. 원고가 인정된 1명에 대해서도 ‘환경영향평가의 결여’ ‘야생생물법 및 생물다양성법 등 위반’ 등의 내용을 인정하지 않고 기각했다.

제주녹색당과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서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은 26일 오전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헌법에 나왔던 판례나 지난 22일 나온 판결이나 거의 다름이 없어서 항소를 할지 말지 여부에 대해 굉장히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그럼에도 항소를 하게 된 이유는 굉장히 절망적인 순간에서도 조금이라도 나아가게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결코 헛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했고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비자림로 사업 환경영향평가는 부실 정도가 중대하다"

녹색당과 시민모임은 "법원은 비자림로 관련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의 하자 정도가 착오나 실수로 보여 중대한 하자는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하지만 하자의 중대성 여부는 하자의 내용과 범위 등 하자 자체에 집중해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소규모환경영향평가 중 자연생태환경 항목의 경우 제주도는 새롭게 평가단을 구성하거나 제주대학교에 용역을 맡겨 장기간에 걸쳐 완전히 새롭게 다시 조사해 기존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확보했으며, 이를 토대로 기존에 없던 저감대책을 새롭게 마련했다"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녹색당과 시민모임은 "즉 기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의 내용은 부실 정도가 중대해 환경영향평가를 하지 않은 것과 같은 정도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원은 기존 환경영향평가의 하자가 저감대책, 이행계획, 사업 후 모니터링 계획 등으로 보완돼 왔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법원에 출석한 전문가들은 제주도가 진행하고 있는 각종 저감대책의 실질적인 효과가 입증된 바 없기 때문에 무용하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는 과학적, 객관적 반박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주녹색당과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서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은 26일 오전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자림로 소송은 기후위기와의 싸움에서 중요한 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제주인뉴스

 

"환경권→재산권에 종속···주민 범위 축소한 원고부적격 결정은 시대착오"

녹색당과 시민모임은 "도로법에 따르면 관리청은 사회적 갈등 예방을 위해 주민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하고, 주민 의견청취 절차를 반드시 거치도록 정하고 있다. 여기서 주민의 범위는 도로부지 소유자나 환경영향평가 대상지역 주민들로 한정돼 있지 않다"고 했다.

이들은 이어 "이 법률에서 명시한 ‘주민’에 해당하는 경우 비자림로 도로구역 변경에 관해 의견을 제출할 수 있고 법원에서 도로구역 변경에 대해 따져볼 기회 역시 주어져야 한다"며 원고 자격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각하 결정을 내린 법원의 판단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은 "법원은 도로부지 소유자의 재산권 보장을 위해서는 재판을 해 주겠지만 환경 보전을 주장하는 주민들의 환경권 보장을 위해서는 재판을 해 줄 수 없다고 판결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생물다양성 훼손과 기후위기로 현세대와 미래세대의 생존이 위협받는 현 상황에서 환경권을 재산권보다 열등하게 여기며 재판받을 기회조차 주지 않겠다는 행태는 시대착오적이며, 헌법이 부여한 사법권의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2013년에 네덜란드의 환경단체 ‘우르헨다’는 ‘정부가 기후변화 위험성을 알고도 예방에 나서지 않았고, 기후변화 대응 의무를 소홀히 해 국민 건강과 인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한 뒤 승소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여러 가지 기후 소송이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녹색당과 시민모임은 "국가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적극적인 탄소감축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시점에서 비자림로 소송은 기후위기와의 싸움에서 중요한 순간이 될 것”이라며 “비자림로 관련 소송을 포기하지 않고 기후위기 와의 싸움에서 중요한 순간을 쟁취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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