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주요 인사들과 참석자들이 3일 오전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희생자 추념식에서 4·3 영령을 위해 묵념하고 있다. : 제주인뉴스
더불어민주당 주요 인사들과 참석자들이 3일 오전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희생자 추념식에서 4·3 영령을 위해 묵념하고 있다. : 제주인뉴스

 

현대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건 중 하나인 4·3을 대하는 여야의 모습은 사뭇 달랐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는 3일 오전 제주에서 열린 75주년 4·3 추념식에 불참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현 지도부를 포함해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제주를 찾으면서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국민의힘 지도부 대다수는 이날 4·3 추념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국민의힘에선 이날 추념식에 여당을 대표해 김병민 최고위원과 박대출 정책위의장, 이철규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 일부가 참석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2일 "지난해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참석했고, 같은 행사에 매년 가는 것에 대해 적절한지 고민이 있다"며 "올해는 총리가 가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덕수 총리가 내놓는 메시지가 윤석열 정부의 메시지"라고 했다.

“4·3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온전한 명예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 

"과거는 우리가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다는 믿음이, 비극에서 평화로 나아간 4·3 역사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당선인 신분으로 제주 4·3 사건 추념식에 참석한 뒤 한 말이다. 4·3 유가족들은 ‘올해는 대통령 신분으로 추념식에 참석해 달라’고 지난 7일 대통령실에 요청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일정 등을 이유로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신 참석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불참 의사를 밝혔다.

이를 두고 야권에선 ‘윤석열 정권의 4·3 관련 약속은 거짓’이란 강한 비판이 나온다. 윤 대통령뿐 아니라 김기현 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 인사들까지 불참했기 때문이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추념식인 오늘 대통령은 커녕 여당 주요 지도부 모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 원내대표는 "아마도 내년엔 (총선) 표를 의식해서 얼굴을 비출 것"이라며 "이게 4·3을 대하는 윤석열 정권의 민낯"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을 기만한 이중적 행태에 제주도민과 함께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3일 오전 4·3 평화공원에서 진행된 희생자 추념식 직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제주인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는 4·3 추념식을 찾았다. 이 전 대표는 추념식 직후 “전당대회 과정에서 제주 4·3에 대한 불미스러운 발언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 당의 모든 사람의 생각은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하기 위해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치를 하면서 다른 사람의 상처에 소금을 뿌려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들을 절대 이해하지 못한다”며 “그 분들이 일시적으로 본인이 선거하는 지역구에서 이익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잘못”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에서도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어야 하는데 안타깝다"며 "4·3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갖고 있더라도 희생된 분들에 대한 추념은 좌우가 없다"고 했다.

정부·여당 주요 지도부의 4·3 추념식 불참에 대해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굉장히 아쉬운 결정"이라고 피력했다.

천 위원장은 "지금 제주도 분위기가 굉장히 안 좋다. 올해는 단순히 평온한 4·3이 아니다. 태영호 의원의 발언뿐 아니라 여러 극단적 정당에서 4·3에 대해 굉장히 공격하는 현수막을 제주 전역에 붙이기도 했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이어서 "현실적인 면도 고려하자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실질적으로 마지막 4·3이다. 대통령께서 못 온다면 당 대표라도 와서 '제주 4·3에 대해서 우리 정부 여당이 좋지 않은 인식을 가진 것 아닌가' 하는 오해를 갖지 않도록 했어야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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