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30여년 만에 국외 핵무기 배치
미국 "핵무기 사용 준비 징후 없어"

전술핵무기는 특정 전투에서 사용하기 위해 소형화한 핵무기다. 도시·지역 단위를 파괴할 수 있는 전략핵무기보다는 위력이 작지만 반경 수㎞를 초토화할 수 있다. 러시아는 약 2000기에 달하는 전술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 ABC News 캡처
전술핵무기는 특정 전투에서 사용하기 위해 소형화한 핵무기다. 도시·지역 단위를 파괴할 수 있는 전략핵무기보다는 위력이 작지만 반경 수㎞를 초토화할 수 있다. 러시아는 약 2000기에 달하는 전술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 ABC News 캡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5일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벨라루스는 유럽 내 대표적인 친러 국가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간접 지원해왔다.

벨라루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폴란드·리투아니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이번 전술 핵무기 배치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는 나토 회원국에 대한 위협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푸틴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각) 러시아 국영 TV와 인터뷰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오랫동안 러시아에 전술 핵무기 배치를 요청했다”며 “핵무기 비확산 합의를 어기지 않으면서 미국과 똑같이 하기로 벨라루스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푸틴은 다만 전술 핵무기를 벨라루스에 배치해도 핵무기 통제권은 러시아가 갖게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혀 특별할 것은 없다. 미국은 수십년간 전술 핵무기를 동맹국에 배치해 왔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벨기에,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튀르키예 등 나토 동맹국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한 것을 강조한 것이다.

푸틴은 핵무기 운반을 위한 이스칸데르 미사일 다수와 10대의 항공기를 벨라루스에 이미 주둔시켰고, 오는 7월 1일까지 전술 핵무기 저장고를 완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핵무기 이전 시기는 밝히지 않았다.

러시아가 자국 영토 밖에 핵무기를 배치하는 것은 1990년대 옛소련 연방 국가들에서 러시아로 핵무기를 이전한 후 약 30여 년 만이다.

전술 핵무기 배치에 대해 로이터는 "그간 러시아가 미국과 달리 자국 전술 핵무기를 국경 밖에 배치하지 않았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던 만큼, 벨라루스와의 이번 합의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핵무기 미보유 국가였던 벨라루스에 러시아 핵무기가 배치되면서 핵 비확산 체제가 더욱 무력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달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의 핵무기 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에 대한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뉴스타트는 미국과 러시아가 각각 장거리 핵탄두 숫자를 1550개 이하로 제한하고 상호 사찰을 허용하기로 한 핵 군축 조약이다.

미국은 확대 해석을 경계하며 아직은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러시아의 (전술 핵무기 배치) 발표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이 상황을 계속 주시할 것이고, 우리는 나토 동맹의 집단 방어에 전념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놨다.

미국 과학자 연맹에서 핵무기를 연구하고 있는 한스 크리스텐센은 “전술 핵무기 배치는 나토를 위협하려는 푸틴의 게임”이라며 “러시아 내에 이런 핵무기가 매우 많다는 점에 비춰보면 벨라루스 배치에 딱히 군사적 효용이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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