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모작 논쟁

얀 페르메이르의 작품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왼쪽). AI로 작업한 그림 ‘빛나는 귀걸이를 한 소녀’. : AFP
얀 페르메이르의 작품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왼쪽). AI로 작업한 그림 ‘빛나는 귀걸이를 한 소녀’. : AFP

 

인공지능(AI)이 완성한 작품은 예술작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인정한다면 작품의 저작권은 원작자가 되는 것일까, AI가 되는 것일까. 

12일(현지시간) AFP 등에 따르면 얀 페르메이르의 대표작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그림을 소장한 네덜란드 헤이그의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은 이 원작을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에 대여했다.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은 대여 기간 동안 원작을 대체할 애호가들의 모작을 공모해 전시했는데,  그 중 한 점을 AI가 그린 사실이 알려졌다.

AI 작품을 출품한 이는 독일 베를린에서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율리안 판디컨. 그는 미술관이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작품 이벤트를 연다는 소식을 듣고  AI로 작업한 그림 ‘빛나는 귀걸이를 한 소녀’를 출품했다.

율리안은 인터넷을 통해  수집한 관련 이미지 수백만장을 토대로 이미지 생성 AI ‘미드저니’(Midjourney)에 자신이 구상한 프롬프트(명령어)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완성했다.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인 포토샵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드저니’는 텍스트를 입력하거나 이미지 파일을 삽입하면 AI가 그림을 생성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사실적인 묘사와 추상적 표현이 가능해 예술적인 작업에 특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AI의 작품은 원작보다 얼굴이 좀 더 갸름하고, 진주 귀걸이는 마치 조명처럼 붉게 빛나는 모습으로 묘사됐다. 귀걸이가 너무 밝아 뺨 주변이 붉게 물들었고 머리에 둘러쓴 천은 원작처럼 푸른 색이 아니라 네덜란드 국가 상징색처럼 오렌지색을 띄고 있다. 

네덜란드의 일부 예술가들은 이번 전시회를 두고 비판을 쏟아냈다. 작가인 이리스 콤핏은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페르메이르의 유산은 물론 활동 중인 예술가들에 대한 모욕”이라며  "AI 도구가 다른 작가들의 저작권을 침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술관에서 나오면서 뺨을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면서 그림 자체도 프랑켄슈타인 같은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미술관 공보담당 보리스 더뮈닉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작품이고, 사람들 사이 찬반이 갈린다”면서도 “작품을 선정한 이들은 AI가 창작한 것임을 알고도 마음에 들어 했다”고 전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작품은 (미술관의 판단으로는) 멋진 그림이고, 창조적인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라는 게 미술관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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