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차별 수업 내용에 일부 학부모·단체 등 이의 제기
8일 대정중 교사들 관련 수업 지지 선언
"인간 존엄성 가르친 정당한 교육활동"

제주의 중학교 교사가 '혐오·차별'을 주제로 수업을 진행하자 일부 학부모와 단체가 관련 수업에 항의를 지속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대정중학교에서 사회과목 수업으로 인권수업이 진행됐다. 

해당 교사는 ‘사회집단과 차별’이라는 단원에서 ‘사회 집단의 의미를 이해하고 사회집단에서 나타나는 차별과 갈등의 사례와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탐구한다’는 기준에 따라 수업을 운영했다.

먼저 학생들이 혐오표현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조사하고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학교라는 공간이 혐오와 차별이 없는 안전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혐오표현을 들었을 때 대항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수업을 구성했다.

수업 내용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제시하고 있는 교육영역에서의 혐오표현 대응의 중요성과 원칙에 따라 이뤄졌고 이후 이 수업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을 때 국가인권위원회의 답변 또한 이 수업이 정당하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수업의 결과로 학생들의 동의를 얻어 자신이 꿈꾸는 세상을 피켓으로 만들어 인증샷을 찍고 학교 복도에 현수막으로 걸었다. 학생들은 자신의 수업 성과물을 다른 학생들과 공유하는 것을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며칠 후 일부 학부모와 모 단체 회원들이 수 차례에 걸쳐 피켓 내용 중 성소수자를 인정하는 내용이 있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해당 교사의 수업이 문제가 있다며 학교와 해당 교사를 찾아와 항의했다. 

항의과정에서 이들은 당장 현수막을 내릴 것을 요구했다. 이후 교육청 방문과 민원글, 기자회견을 통해 해당 학교와 교사 수업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정중학교 사회 교사의 혐오・차별 관련 수업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대정중 교사들. : 대정중
대정중학교 사회 교사의 혐오・차별 관련 수업에 대해 지지를 선언한 대정중 교사들. : 대정중

 

대정중학교 동료 교사들은 8일 입장문을 내어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장해달라"며 혐오·차별 관련 수업을 진행한 소속 교사에 대해 지지 입장을 밝혔다.

교사들은 “교사로서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성소수자를 비롯한 어떠한 소수집단도 차별받지 않기를 바란다. 소수집단도 우리의 학생이자 제자”라고 강조했다. 

이어 “교권은 학생 교육을 위해 법이 인정한 교육할 권리다. 교사들은 교육과정을 결정해 편성할 권리가 있고, 교육내용과 방법을 결정해 수업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교육내용에 대한 학부모의 의견 개진이 있을 수 있지만, 편향적인 시각에서 일방적으로 비난하고, 항의하고, 국민신문고에 글을 올리는 행위는 의견 개진이 아닌 명백한 교권 침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일부 학부모와 모 단체 등이 기자회견까지 열어 학교의 이름과 교사 실명까지 언급한 것은 교권침해를 넘어선 명예훼손”이라며 “건전한 비판이 아니라 반대를 위한 반대를 마주하기 두렵다. 학생들이 제대로된 교육을 받지 못할까 더욱 두렵다”고 우려했다.

교사들은 “교사들의 수업은 보호돼야 한다. 수업 활동중에 나온 결과물은 배움에 그치지 않고, 다른 학생에게 또 다른 배움이 된다. 간접적으로나마 교사의 교육활동이 전해지는 것이므로 교육활동 결과물도 수업과정의 일환으로 보호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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