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역주민과 돌고래와의 공존

최근 제주 해안가에선 멸종위기종인 ‘남방큰돌고래’ 사체가 자주 발견된다. 돌고래 사체가 발견될 때마다 인간은 돌고래의 주검을 응시하고 사체를 처리하는 것 외에는 특별히 할 수 있는 게 없다.   

제주를 대표하는 해양포유류인 남방큰돌고래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상 준위협종으로 분류돼 있다. 해양환경단체는 지속적으로 돌고래 보호구역 지정을 요청하고 있지만 지역의 일부 어민들은 조업에 어려움을 호소하며 반대하고 있다. 

인간은 오랫동안 신에게 가장 총애받는 피조물로서, 다른 모든 피조물들 위에서 엄청난 특혜를 누려왔다. 세계를 이런 방식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그 중요성을 잃었을 때도, 인간의 우월함이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런 인간중심 주의는 고스란히 인간이 짊어져야 할 문제가 되고 있다. ‘인간중심주의’에 갇혀서는 ‘어떻게, 무엇을 할 것인가’를 찾는 과정에서 문제의 핵심에서 벗어나 어려움에 빠져들게 된다.

최근 제주 바닷가에서 발견된 남방큰돌고래와 상괭이 등 해양보호생물종은 인간 활동의 영향으로 피해를 입고 죽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세계의 과학자들은 고래와 돌고래가 멸종위기에 처했다며 이에 대해 강력한 움직임을 요구하고 있다. 해양 오염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많은 바다 생물이 멸종할 것이며 실제로 고래는 현실적으로 멸종에 임박해 있다. 플라스틱 오염, 서식지와 먹이 손실, 기후변화, 선박 충돌 등이 돌고래 멸종의 주요 원인으로 제시된다. 

 

지난달 30일 오전 오전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돌고래 무리들이 파도를 헤치며 유영하고 있다. 영상 : 핫핑크돌핀스

 

제주 연안의 돌고래와 인간과의 공존 가능성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핫핑크돌핀스 조약골 공동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환경운동가 황현진과 평화활동가 조약골을 공동대표로 2011년 설립됐다. 해양생태계 보전과 위기에 처한 해양생물 보호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돌고래와 지역 주민과의 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제주 남방큰돌고래들은 조선왕조실록에도 나올 정도로 오래 전부터 제주 바다에서 제주 도민들과 공생 해왔다. 해녀들 사이에서 돌고래에 관한 다양한 전설이나 이야기가 구전되고 있으며, '수애기' 또는 '곰새기' 등 도민들로부터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지고 있다. 원래 남방큰돌고래들은 제주 바다 전역에서 자유롭게 이동하며 살아왔다. 제주 바다 전체가 돌고래들의 서식처였기 때문에 특정 지역의 사람들과 갈등을 일으키거나 하지 않았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 제주의 난개발이 가속화하면서 남방큰돌고래들의 서식처가 급격히 축소되기 시작했다. 1991년 이후 최근 30년간 제주 바다 115만6000㎡, 즉 축구장(7140㎡) 162개에 달하는 면적에 대해 매립을 진행해 한때 돌고래들의 서식처였던 바다가 지금은 각종 유원지 또는 해군기지로 탈바꿈했다. 

매립이 아니어도 해상풍력발전단지가 한경면 일대에 들어서면서 역시 돌고래들의 서식처가 축소됐다. 이제 돌고래들은 대정읍과 구좌읍 그리고 성산읍 일부를 주 서식처로 하고 있다. 이중 대정읍에서 돌고래들이 가장 자주 발견되다보니 대정읍 주민들과 돌고래들 사이에 마찰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즉 지역 주민과 돌고래의 갈등은 최근 10년 사이에 벌어지기 시작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돌고래들은 제주 바다 해양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다. 바다에 돌고래가 산다는 것은 그만큼 아직은 그 바다가 건강하고 균형이 잡혀 있다는 뜻이다. 제주 바다 전체에 골고루 퍼져 살아가던 돌고래들의 서식처가 축소되면서 줄어든 서식처 인근 주민들과 돌고래들이 갈등을 일으키는 사례가 최근에 늘어나고 있지만, 이미 돌고래들은 수천년간 제주 바다에서 도민들과 공생해왔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남방큰돌고래를 제주 바다의 '터줏대감'으로 부른다. 제주도와 돌고래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이다. 지역 주민과 돌고래가 한 쪽만 사는 것이 아니라 서로 공생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때 라고 생각한다.
 

지난 2011년 설립된 비영리 민간단체 핫핑크돌핀스는 현재 수족관 돌고래 해방운동, 야생방류 및 돌고래 바다쉼터 조성, 해양 오염 감시 및 해양쓰레기 수거, 해양생태감수성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 제주인뉴스
지난 2011년 설립된 비영리 민간단체 핫핑크돌핀스는 현재 수족관 돌고래 해방운동, 야생방류 및 돌고래 바다쉼터 조성, 해양 오염 감시 및 해양쓰레기 수거, 해양생태감수성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 제주인뉴스

 

제주 연안의 돌고래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돌고래가 제주 연안에 살면서 여러 좋은 점들이 있다. 먼저 제주 바다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돌고래가 하고 있다. 

균형을 유지한다는 것은 바다 생태계의 전체적인 건강을 지켜준다는 말과 같다. 바다 생태계가 건강을 유지하면서 균형이 잡힌 상황이 계속되면 인간이 전부터 먹거나 이용해온 각종 해산물이 풍요롭게 난다는 뜻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돌고래가 바다에 있음으로 해서 인간이 먹는 각종 해산물과 생선이 제주 바다에서 풍부하게 난다고도 할 수 있다. 돌고래는 풍요로운 해양생태계를 유지하는 핵심이다.

제주 연안의 돌고래들은 상어들이 제주 연안 가까이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기도 한다. 상어와 돌고래는 해양생태계에서 포식자의 위치에 같이 자리하고 있는 경쟁관계다. 

제주 연안에는 남방큰돌고래들이 무리를 지어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상어들이 연안 가까이로 올 수가 없고, 이에 해녀들이 연안에서 물질을 하거나 관광객들이 바다에서 해수욕을 하고 서핑을 하더라도 상어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이런 역할은 제주 남방큰돌고래들이 담당하고 있다.

돌고래들은 또한 최고의 생태관광이 가능하게 해주는 귀중한 생물종이다. 제주 바다의 돌고래들은 특히 제돌이나 춘삼이, 삼팔이처럼 불법으로 포획되었다가 다시 바다로 돌아온 감동적인 스토리를 갖고 있어, 인문학적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다. 

생태적 가치와 더불어 인문학적 가치가 있고, 교육의 가치도 매우 높다. 요즈음 환경오염과 해양쓰레기 문제 등 심각해지는 환경 문제에 대해 위기감을 일으키는데 제주 남방큰돌고래는 훌륭한 살아있는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29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해안가에서 발견된 남방큰돌고래 사체. : 서귀포해양경찰서
지난 29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해안가에서 발견된 남방큰돌고래 사체. : 서귀포해양경찰서

 

현재 120~130마리로 파악되고 있는 제주 연안의 돌고래 개체수 감소를 줄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제주 남방큰돌고래는 전체 개체수가 매우 적어서 언제든 지역적으로 멸종에 처할 수 있다. 현재 남방큰돌고래들이 '해양보호생물'이라는 보호종으로 지정되어 있지만, 나아가 제주도에서 '남방큰돌고래 보호조례'를 제정해 도민들이 돌고래 보호에 대한 의식을 더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실제로 2021년 4월 충청남도 의회에선 충남의 해양보호생물인 점박이물범을 제대로 보호하기 위해 '점박이물범 보호조례'를 제정해 통과시켰다. 이같은 조치는 지방자치단체 의회에서 처음으로 지역의 해양보호종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조례를 만든 것이다. 제주도도 충청남도의 사례처럼 남방큰돌고래 보호조례를 충분히 만들 수 있다. 핫핑크돌핀스는 이미 올해 제주도의회 의원들에게 조례 초안을 전달했다. 이것만 잘 다듬어도 제주도에서도 돌고래 보호조치가 한 단계 올라갈 것이라 여겨진다.

그리고 중앙정부인 해양수산부에서 보다 강력한 돌고래 보호장치를 제도적으로 완비해야 한다. 지금은 보호종으로만 지정되어 있는데, 구체적으로 관광객들이 돌고래와 함께 수영한다든가, 제트스키를 타고 괴롭힌다든가 선박 관광이 돌고래 서식처 한복판에서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등 돌고래 생존에 영향을 주는 행위들을 제한하는 법령이 현재는 없다. 때문에 '해양동물보호법'을 만들어 보다 강력하게 돌고래들을 괴롭히거나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들을 단속하고, 막지 못한다면 돌고래들의 개체수는 늘어나지 않을 것이다.

제주 남방큰돌고래들의 주요 서식처 일대를 '돌고래 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 돌고래 보호구역 지정에 일부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지만, 돌고래 보호구역 지정이 가져올 장점이 단점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주민들이 이해했으면 한다. 

돌고래 보호구역이 지정되면 일부의 오해와는 달리 일상적인 어업, 물질, 낚시 등은 그대로 할 수 있다. 다만 바다 한가운데 발전단지 등의 건축을 하거나, 모래를 채취하거나, 바다생태계를 심각하게 파괴하는 행위들이 제한되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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