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희 농협 서귀포시지부 팀장© 뉴스1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은행 직원이 기지를 발휘해 고객의 금융사기를 막아낸 일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4일 농협 제주지역본부에 따르면 제주에 거주하는 A씨(50대 남성)는 지난달 24일 오후 2시15분쯤 자신을 정부 기관 관계자라고 소개한 정체불명의 인물 B씨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B씨는 A씨가 정부지원금 대상자라며 카카오톡을 통해 'NH저축모바일신청서'를 보내 내려받게 한 후 주민번호 등을 입력하게 했다.

그런후 B씨는 현재 A씨가 C저축은행에서 대출받은 1800만원을 상환해야 농협에서 더 좋은 조건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속였다.

뭔가 수상한 낌새를 챈 A씨는 혹시나하는 마음에 휴대전화로 C저축은행 콜센터에 전화했지만 상담원은 B씨의 말이 맞다며 오히려 직원 전화를 잘 받으라고 부추겼다.

의심을 푼 A씨는 지인 등에게 돈을 빌려 1800만원을 마련해 농협은행 서귀포시지부를 찾아 C저축은행에 송금하려했다.

당시 거액을 송금하려는 A씨를 본 29년 경력의 베테랑 강경희 팀장(49)의 '촉'이 번뜩였다. 단번에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을 의심한 것이다.

강 팀장은 우선 고객 전화로 C은행 콜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콜센터에서 들려오는 조잡한 음성과 상담원의 어눌한 응대가 강팀장의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었다.

강 팀장은 고객 휴대전화가 해킹된 것으로 판단해 다른 전화로 C은행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A씨와 통화한 적도, 연락을 한 적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악성앱을 휴대전화에 설치하도록 한 뒤 해킹한 신종 금융사기 수법이었다.

A씨는 "하마터면 큰 사기를 당할뻔 했는데 농협 직원의 침착하고 적극적인 대처로 사기를 예방할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강 팀장은 "최근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들을 노린 금융사기가 증가할 수 있다며 각별한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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