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심씨, 제7회 제주4.3평화문학상 시 부문 수상
김병심씨, 제7회 제주4.3평화문학상 시 부문 수상
  • 좌선미 기자
  • 승인 2019.04.1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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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W스테이지 제주'에서 시상식 열려
소설 부문과 첫 공모 논픽션 부문 당선작 없어
▲ 12일 제주시 W스테이지 제주에서 열린 제7회 제주4.3평화문학상 시상식.
▲ 12일 제주시 W스테이지 제주에서 열린 제7회 제주4.3평화문학상 시상식.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양조훈)은 12일 오후 4시, 제주시 오현단 인근 ‘W스테이지 제주’에서 제7회 제주4.3평화문학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이날 시상식은 운영위원장인 현기영 작가를 비롯해 심사위원들과 양조훈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과 송승문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이종형 제주작가회의 회장, 고운진 제주문협 회장, 제주4.3평화문학상 제1회 시 부문 수상자인 현택훈 시인, 수상자 가족, 문인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시상식에서는 문학상운영위원회(위원장 현기영)가 지난 3월 29일 본심사를 거쳐 시 부문 당선작으로 선정한 ‘눈 살 때의 일’의 시인 김병심씨(제주, 1973년생)에게 상패와 상금(시 부문 2천만 원)이 수여됐다. 소설과 논픽션 부문 당선작은 나오지 않았다.

▲ 인사말을 하는 양조훈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 인사말을 하는 양조훈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양조훈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은 개회사를 통해 “안타깝게도 올해 제주4.3평화문학상은 소설과 논픽션 부문 당선작을 내지 못했다. 좀 더 완성도 높은 작품 응모를 바라는 심사위원들의 뜻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며, 이를 계기로 4.3을 알리고 역사로부터 상처 입은 사람들을 치유하려는 문학인들의 노력이 더욱 활발해졌으면 한다”면서 “제주4.3은 이제 당당한 대한민국의 역사로 기록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문화예술인들의 선지자적 외침이 커다란 힘이 되었다. 이제 남은 과제를 해결하고 인류 보편의 평화정신이 4.3의 교훈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데도 문학의 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설 부문 심사위원들은 심사평을 통해 “4편의 작품들이 본심사에 올라왔지만 소설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서사의 구조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 부자연스러운 이야기의 흐름, 시점의 남발 등이 서사의 밀도를 떨어뜨렸고 결국 당선작을 선정할 수 없어서 안타까웠다”며 당선작을 내지 못한 아쉬움을 전했다.

 그리고 논픽션 부문 심사위원들은 “올해 처음 추가된 부문으로 작품 공모 취지 및 주제정신, 4.3의 역사적 안목, 내용의 사실성‧현장성‧신뢰성 등에 초점을 맞춰 심사했다. 하지만 4.3보고서와 편향적 관변 자료의 짜깁기 등 대부분의 작품들이 공모취지와 거리가 멀었고, 일부 작품은 거듭 눈여겨 보았으나 구성의 산만함을 극복하지 못해 당선작을 고를 수 없었다”고 평했다.

▲ 제7회 4.3평화문학상 시 부문 당선자 김병심 시인이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
▲ 제7회 4.3평화문학상 시 부문 당선자 김병심 시인이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

 시 부문 당선자 김병심 시인은 “아버지는 4.3에 어머니를 잃고 고향을 잃은 후 젊은 시절에 전쟁에 나가 한 쪽 눈마저 잃으셨다. 폭탄의 파편이 박혔던 아버지의 눈과 몸을 볼 때마다 매화꽃차의 아린 맛처럼 제 가슴은 폐동이 되었다. 지난날을 봍잡고 슬퍼할 겨를 없이 보리 푸대를 나르시고 산방산의 돌계단을 만드는 노역을 하시던 아버지는 눈 먼 새처럼 평생을 사셨다. 4.3사건이 세상에 드러날수록 말 수가 없던 아버지는 시를 재촉하셨다. 할머니의 흔적을 찾아 맹목적으로 불타오르셨는데 아버지의 때늦은 집착과 집념을 이해할 수 없었던 저는 성인이 되어서야 4.3기행을 따라나서며 4.3에 관한 시를 쓰게 되었다”고 집안내력과 4.3 시에 대한 천착 동기를 밝혔다.

 이어 “매년 4.3평화공원의 문주에 시를 붙이면 행사장에 오신 아버지가 딸의 시를 읽으며 눈물을 흘리셨다. 아버지처럼 가난할수록 자식들에게 공부와 누대의 역사를 가르치시고, 신세대들을 위해 길을 열어주시는 팽나무 같은 제주 어른들의 마음을 공경하며 4.3사건으로 잃어버린 마을에 살았던 분들께 제 마음을 전한다”는 수상소감을 밝혔다.

 제주4.3평화재단은 ‘4·3의 진실, 평화와 인권, 화해와 상생’을 주제로 시, 소설, 논픽션 세 장르에 대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작품을 공모해 국내‧외에서 335명의 작품 2166편(시 2031편-200명, 소설 119편-119명, 논픽션 16편-16명)이 접수되어 예심과 본심을 거쳐 당선작을 선정했다.

 다음은 제7회 제주4.3평화문학상 시 부문 당선작이다.

  눈 살 때의 일
 

                                                                                                                                                                  김병심

 사월 볕 간잔지런한 색달리 천서동. 중문리 섯단마을로 도시락 싸고 오솔길 걷기. 늦여름 삼경에 내리던 동광 삼밧구석의 비거스렁이. 세 살 때 이른 아침 덜 깬 잠에 보았던 안덕면 상천리 비지남흘 뒤뜰의 애기 동백꽃, 동경에서 공부하고 온 옆집 오빠가 들려준 데미안이 씽클레어를 처음 만났을 때의 분위기는 남원면 한남리 빌레가름. 갓 따낸 첫물 든 옥수수의 냄새를 맡았던 신흥리의 물도왓. 친정집에서 쌔근거리면서 자는 아가의 나비잠, 던덕모루. 예쁜 누이에게 서툴게 고백하던 아홉밧 웃뜨르 삼촌. 백석이 나타샤와 함께 살았을 것 같은 가시리 새가름의 설원. 어머니가 끓여주던 된장국을 이방인인 그이가 끓여주던 한경면 조수리 근처. 매화차의 아리다는 맛을 사내의 순정이라고 가르쳐준 한림면 금악리 웃동네. 옛집에서 바라보던 남쪽 보리밭의 눈 내리는 돌담을 가졌던 성산면 고성리의 줴영밧. 명월리 빌레못으로 들어가는 순례자의 땀범벅이 된 큰아들. 해산하고 몸조리도 못 하고 물질하러 간 아내를 묻은 화북리 곤을동. 친어머니를 가슴에 묻은 아버지마저 내 가슴에 묻어야만 했던 애월읍 봉성, 어도리. 이른 아침 골목길의 소테우리가 어러렁~ 메아리만 남긴 애월면 어음리 동돌궤기. 지슬 껍데기 먹고 보리 볶아 먹던 누이가 탈 나서 돌담 하나 못 넘던 애월면 소길리 원동. 고성리 웃가름에 있던 외가의 초가집에서 먹던 감자. 동광 무등이왓 큰 넓궤 가까이 부지갱이꽃으로 소똥 말똥 헤집으며 밥 짓던 어머니가 불러주던 자장가. 깨어진 쪽박이란 뜻인 함박동, 성공한 사람이 하나도 없다던 그곳에서 태어나 삼촌들의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던 소설가. 초여름 당신과 손잡고 바라보던 가파도와 마라도, 알뜨르까지의 밤배. 지금까지 “폭삭 속아수다” 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제주 삼촌들과 조케들, 잃어버린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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