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고평석

정부는 올해 2.6% 성장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해 7월 내놓은 2017년 전망(3.0%)보다 0.4%포인트나 내려 잡았다. 심지어 경제통 의원들은 절반 이상 1% 대의 성장을 예상하기도 했다. 저성장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느낌이다. 

과연 이런 저성장이 계속 이어지면 우리나라 경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그리고 개인과 기업들은 각각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그에 대한 답을 일본 경제에 대한 책에서 찾을 수 있었다.

1. 고도 경제성장기에는 소비자들이 잘 참는다. 

고도 경제성장기에 일본의 소비자들은 가격이 비싸도 감내했다. 그 이유는 우선 기업의 제품 공급가격이 비쌌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일본 기업들의 사업모델은 유통계열화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계열 점포는 자사 제품만을 취급하는 폐쇄적 모델이기 때문에 여러 기업의 제품을 동시에 취급하는 개방적 모델보다는 비용이 많이 든다. …. 또한 고도 경제성장기에는 소비자들 스스로도 제품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다. 

소비 경험이 일천하고 제품에 대한 지식이 부족할수록 유통 계열점의 판매원들에게 많이 의존하게 된다. …. 더구나 소비자들도 경제성장으로 소득이 매년 높아지기 때문에 높은 판매가격을 용인하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부를 과시하기 위해 가격이 높은 제품을 선호하기도 했다.” (책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김현철 저)

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이 오랜 기간 동안 알던 소비자는 더 이상 없다. 경제성장이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던 시기와 심하게 둔화된 시기의 소비자는 서로 같을 수 없다. 과거 고도 경제성장기에는 비싸도 샀고, 잘 몰라도 샀다. 

심지어 비싸서 과시욕으로 사기도 했다. 그런 호시절이 지나가고 있다. 저성장 기간 중에는 대체로 가격파괴형 혹은 절약지향형 상품들이 주류를 이룬다. 하나의 단순한 소비 패턴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바뀐다. 취향이 각자 다르므로 대규모 광고 활동이 소용 없게 된다.

2. 과거 성공에 도취되면 현재의 흐름을 타지 못한다.

1960년대와 1970년대,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거의 30년간 일본 기업들은 세계시장을 석권하다시피 했다. 그 결과 이 기간이 ‘일본의 세기’로 칭해졌고 일본 기업들은 ‘Japan As No.1’으로 칭송 받기도 했다. 또한 일본 기업들의 경영 특징들은 ‘일본식 경영’으로 이론화되기도 했다. …. 1990년대에 정보통신기술(ICT)이 크게 발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시대로 갈아타지 못하고 아날로그의 낡은 기술에 집착한 것이 바로 일본 기업들이었다. 

실패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00년대의 글로벌화와 더불어 신흥국 시장이 급성장했지만 이러한 흐름도 놓쳐버렸다. …. 이 기간 동안 수많은 일본 기업들이 몰락의 길을 걸었다. 소니와 파나소닉, 올림푸스, 도쿄전력 등이 대형 적자를 기록했고 샤프와 산요, 르네사스, 다이에, 유키지루시 유업, 일본항공 등이 도산하거나 기업재생 조치를 받기도 했다. 또한 일본 자동차의 간판기업이었던 닛산이 누적 적자로 말미암아 해외 기업에 매각되기도 했다.” (책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김현철 저)

성공에 도취되는 것만큼 무서운 것이 없다. 국가의 역사나 기업사에 있어서 초절정기 다음에 쇠락기가 닥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성공이 그 다음 단계로 올라서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저자는 “저성장기 내내 일본 기업들에게는 ‘성공은 실패의 어머니’라는 뼈아픈 격언이 유행했다.”고 말한다. 지난 1,20년 사이에 부쩍 성장한 우리 기업들도 새겨두어야 할 교훈이다.

3. 저성장이 닥치기 전에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

우리나라 기업이 일본 기업과 같은 실패를 밟지 않기 위해서는 몇 가지 사항을 염두에 두고 해외시장에 진출해야 한다. 하나는 저성장에 본격적으로 접어들기 전에 해외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는 점이다. 일본 기업처럼 저성장에 들어간 후 부랴부랴 해외시장에 진출하면 성공할 확률이 대단히 낮다. …. 또 하나는 시간 여유를 두고 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어떠한 나라에 진출하더라도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시장이다. 

이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진출을 준비해야 한다. 준비할 때 중요한 것이 3가지다. 첫 번째는 현지시장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현지시장을 이해하지 못하면 해외진출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 두 번째는 인재다. 현지 상황을 파악하고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는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 …. 해외시장에 진출할 때 세 번째로 준비해두어야 할 것은 경쟁력 있는 기술과 제품이다.” (책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김현철 저)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화된 듯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었다. 글로벌 기업으로 인식되는 대기업조차 세계 무대에서는 우물 안 개구리 같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저성장 국면으로 완전히 들어가면 해외 진출이 여러 가지로 쉽지 않다. 

우리에게는 지금이 적기다. 환율도 그렇고, 여러 상황이 맞아 떨어진다. 다만 국내 사업보다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저자는 다음과 같은 사례를 들려준다. “일본 기업의 경우 국내 시장에서 새로운 사업이 이익을 내기 시작한 것을 ‘진출 뒤 평균 3년’으로 보았지만 해외사업에서는 평균 12년이 소요되었다. 즉 4배나 더 긴 시간이 소요되었다.” (책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김현철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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