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권위 자랑하는 ‘울트라 트레일 몽블랑(UTMB)’ 도전 완주

▲ 제주출신인 동아일보 제주주재 임재영 기자가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울트라 트레일 몽블랑(UTMB)’에 도전해 완주에 성공했다. ⓒ제주인뉴스

트레일러닝은 일반 마라톤과 달리 산이나 들, 계곡, 사막 등을 달리는 아웃도어 스포츠로 최근 국내에서도 동호인이 점차 늘고 있다.

제주는 매년 국제트레일러닝대회가 열릴 정도로 국내 트레일러닝의 메카로 성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제주출신인 동아일보 제주주재 임재영 기자가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울트라 트레일 몽블랑(UTMB)’에 도전해 완주에 성공했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 텐데 소감은.

“결승선이 얼마 남지 않은 포장길에서는 몸은 천근만근이었다. 종아리, 무릎 통증으로 발걸음을 옮기기가 고통스러웠다. 결코 도달할 수 없을 듯이 여겨졌던 결승선을 넘었다. ‘드디어 해냈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도 모르게 “와~”라고 환호성l 나왔다”

=어떤 대회인가.

“UTMB는 170㎞(UTMB), 101㎞(CCC), 119㎞(TDS), 290㎞(PTL), 55㎞(OCC) 등 5개 종목이 8월21일부터 28일까지 프랑스 샤모니 등지에서 열렸다. 87개국 7900여명이 참가할 정도로 트레일러닝 대회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2003년부터 시작해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지만 국내에는 최근에야 알려졌다. 국내 트레일러닝의 선구자인 제주출신 안병식 씨가 2009년 한국인으로는 처음 완주에 성공했다. 이번 5개 종목에 한국에서 30여명이 도전장을 냈지만 완주는 13명에 불과했다. 나는 CCC에 도전해 제한시간(26시간45분) 이내인 26시간27분에 완주 했다. CCC 완주자는 참가자 2129명의 65%인 1386명이었다”

▲ 제주출신인 동아일보 제주주재 임재영 기자가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울트라 트레일 몽블랑(UTMB)’에 도전해 완주에 성공했다. ⓒ제주인뉴스
▲ 제주출신인 동아일보 제주주재 임재영 기자가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울트라 트레일 몽블랑(UTMB)’에 도전해 완주에 성공했다. ⓒ제주인뉴스

=코스는 어떠했나.

“유럽의 지붕인 알프스 최고봉인 몽블랑(4703m) 주변 산악지대를 걷고 달리는 코스로 세계적인 트레킹 코스인 ‘투르 드 몽블랑’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만년설과 함께 야생 초원이 펼쳐진 산악지대 풍경이 일품이다. 프랑스 샤모니, 이탈리아 쿠르마이에르, 스위스 샹페 등 3개국 19개 코뮨(기초자치단체)을 지난다. 내가 참가한 CCC는 최저 해발 1035m에서 최고 2537m 사이를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누적 고도 6092m를 극복해야했다. 누적 고도와 거리만으로 따진다면 한라산 성판악탐방코스로 정상까지 5번 가량 왕복해야하는 수준이다. 레이스가 진행된 길은 현지인이 통행하거나 목동들이 소나 양떼를 몰면서 다지고 다져진 길이다. 지그재그로 이어진 오르막을 오르고 빙하가 녹은 물이 흘러내리는 하천, 계곡을 지났다. 빙하 물은 주민이나 목동, 가축의 식수원이었고 군데군데 폭포를 형성하기도 했다. 레이스 내내 선수들의 갈증을 달래준 물이기도 했다”

=참기 힘든 고통도 있었을 텐데.

“오르막에 이어 내리막에서도 숨 돌릴 겨를이 없다. 체크포인트(CP·식수, 음식물을 제공하며 통과시간 등을 점검하는 곳)에서 잠시 쉬기는 하지만 제한시간 통과를 위해서는 내리막에서는 달려야했다. 끝없이 이어진 오르막에 기가 질렸다. 32㎞지점 ‘그랑 콜 페레’(2537m)에 올랐을 때는 한쪽으로 이탈리아, 다른 발로는 스위스 땅을 밟았다. 국경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스위스로 들어서자 파란하늘, 하얀 구름, 목동이 모는 양떼, 오두막 산장인 ‘샬레’ 등이 그림처럼 펼쳐졌다. 풍경에 취할 여유가 없는 것이 아쉬웠다. 야간에는 랜턴 불빛과 불빛에 비친 야광마크에 의지하고 길을 찾았다. 전반의 흙길과는 달리 온통 자갈과 바위인 너덜지대가 많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기온이 떨어지면서 한기도 밀려왔다. 어느 새 동이 트면서 마지막 고비인 돌산을 올랐다. 목이 타들어가면서 체력도 급히 떨어졌다. 체력은 이미 바닥을 드러내 달릴 기운이 없었지만 정신력으로 버티며 결국 결승선을 밟았다. 레이스를 마친 몸과 마음이 너무나 대견했다”

=그렇게 고통스러운데 왜 도전하는가.

“나도 그게 궁금했다. 취재활동을 하면서 극한의 세계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힘들게 자신을 사지에 몰아넣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 그래서 2014년 모로코에서 열린 제29회 MDS(사하라사막마라톤)에 참가했다. 음식과 장비 등을 배낭에 메고 6일 동안 사막 236km를 달리는 레이스로 참가한 이들의 이야기를 현장에서 직접 듣기 위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참가 배경은 모두 달랐지만 ‘변화, 도약’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었다. 도전으로 자신을 변화시키고, 성취감으로 한 단계 도약하고픈 심정이 깔렸다.

▲ 제주출신인 동아일보 제주주재 임재영 기자가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울트라 트레일 몽블랑(UTMB)’에 도전해 완주에 성공했다. ⓒ제주인뉴스

사막마라톤 완주로 자신감이 생기면서 변화가 생겼다. 일반 마라톤 풀코스(42.195㎞)를 완주해본 경험이 없었는데도 그 보다 더 긴 울트라 트레일 레이스에 도전하는 목표를 세웠다. 일반 마라톤은 단조롭지만 트레일러닝은 다양한 자연환경 등을 경험할 수 있기에 더욱 매력적이다”

=UTMB 대회 진행은 어떠했나.

“이번 UTMB 5개 종목 참가자는 프랑스인이 3700여명으로 가장 많고 일본 290여명, 중국(홍콩포함) 280여명이 참가했다. 이 대회 참가를 위해서는 국제트레일러닝협회(ITRA)에서 인증한 점수가 필요하다. 참가 선수들은 방수자켓, 비상음식, 방한장비, 식수 등을 담은 배낭이 필수적이다. 환경에 대한 관심도 높다. 선수들이 일회용 물품을 쓰지 못하도록 한다. 대회에서 얻은 수익금과 기부금은 고아원, 소아병원 등에 보내고 있다. 대회 레이스 과정 등이 웹TV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참가 선수가 어느 지점을 지나고 있는지 인터넷으로 간단하게 검색이 가능했다”

=트레일러닝 대회개최지로 제주의 가치는

“UTMB 대회 본부가 있는 샤모니에서는 장터가 서기도 했으며 등산, 레이스 용품 등을 취급하는 용품점에서는 할인행사를 대대적으로 펼치며 수익을 올렸다. 톱니바퀴처럼 빈틈없이 진행된 느낌으로 무엇보다 주민들의 열정적인 관심과 참여가 부러웠다. 제주에서는 산, 오름(작은 화산체), 해안 등을 3일에 나눠 100㎞을 달리는 제주국제트레일러닝대회가 열리기도 했으면 쉬지 않고 한번에 100㎞를 주파하는 ‘울트라 트레일 한라산(UTMH)’가 지난해 첫 선을 보였다. 코스나 자연풍광을 놓고 본다면 결코 뒤지지 않는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앞서가고 있는 가운데 중국에서도 열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트레일러닝 대회를 마련하면 승산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외 벤치마킹, 관련 단체의 단합, 정부와 지역주민의 참여와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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