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회장 담화문 ”물이 새는 곳 막아야“
“대한민국을 평등과 안전한 곳으로 만들어 달라“ 호소

▲ 조경철 서귀포시 강정마을회장 ⓒ제주인뉴스

경찰에 체포됐다가 풀려난 조경철 서귀포시 강정마을회장은 9일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조 회장은 담화문에서 “마을 안에 무장병력을 투입하여 주민들을 향해 총을 겨누는 훈련을 하는 행위는 무력으로 마을을 제압하려는 의도라고 밖에는 생각 할 수 없었다”면서 “전시라고 할지라도, 기지방어를 위해 기지주변에 무장병력을 배치하는 이외에 민간인들이 사는 주변마을에 무장병력으로 총을 겨누는 훈련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리고 말했다.

조 회장은 “이틀 밤을 제주시 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보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기껏해야 시골 촌구석 마을회장 주제에 무슨 담화문을 발표 할 주제나 되겠느냐”며 “다만 저의 처지가 공권력에 의해 내몰리는 것이 단순히 제 몸뚱이 하나만의 문제로 처한 것이 아니며, 또한 강정마을만의 문제로 기인한 것도 아니기에 이렇게 글로나마 시민 여러분들에게 마음에 담아둔 말이라도 꺼내놔야 되겠다 싶었다”고 담화문 발표 배경을 설명했다.

조경철 회장은 “제주해군기지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 제가 가장 분노했던 것도 찬성 측 주민과 제주도정 그리고 해군들이 다른 대다수의 다른 강정주민들의 의사를 물어보지도 않고,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일방적으로 추진했던 사실이었다”면서 “물론 이권을 생각하지 않고 국가에 대한 사명감으로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이권이든 사명감이든 그 이유가 무엇이었든 그 결정은 다른 대부분의 주민들에게 피해를 강요하는 선택이었던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군기지 건설 기간을 통틀어 해군이 보여준 자세는 오직 한 가지, 불통과 강제였다”며 “우리를 협상의 대상으로 보질 않고 통제하여야 할 대상으로 보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것을 군인정신 또는 애국정신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해군기지 사업은 강정의 마을공동체를 산산조각 내버린 사업이다. 나아가 준공이 되고 난 후에도 마을공동체 파괴에 앞장서고 있다”며 “끊임없이 편 가르기와 분열을 획책하고, 구상권을 청구하여 마을회를 붕괴시키려는 이런 조직이 어떻게 국가를 위한 조직이 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민간인 거주지역에 들어와서 총을 겨눈 예는 저는 4·3과 광주와 같은 계엄지역 이외에 들어본 적이 없다”며 “결국, 해군은 강정마을을 계엄지역과 동일한 취급을 하고 있는 것이며, 여차하면 총을 발포해서라도 제압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지 않고서야 사전에 훈련에 대한 양해도 구하지 않고, 이에 항의했다고 하여 형사고발 조치를 할 이유가 없지 않겠습니까”라고 해군을 질타했다.

조경철 강정마을회장은 “지금, 대한민국 전체가 강정마을이고, 세월호이며, 성주로 변해가고 있다. 이제 남의 일이 아니다. 곳곳이 구멍이 나고 물이 새어 들어오고 있다. 탈출할 길이 없다. 같은 말을 쓰고 같은 음식문화를 나누며 웃고 즐길 수 있는 세상은 오로지 이 곳 대한민국밖에 없다“면서 ”물이 새는 곳을 막아달라. 나아가 대한민국을 굳건한 평등과 안전한 자유가 넘치는 민주공화국으로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저작권자 © 제주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