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하면 이제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유채꽃...'식량자원'에서 제주의 '상징'으로

제주 사람들은 다 알지만 외지 사람들은 모르는 이야기. 혹은 제주 사람들도 몰랐던 제주의 숨겨진 이야기. <제주인뉴스>는 가볍고 재미있는 제주 이야기를 통해 매주 한 차례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이 짧은 이야기로 하여금 누군가가 따뜻한 남쪽 섬의 햇살을 떠올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 사진=변미루 기자

[제주에게 물어보기] 제주도에는 왜 유채꽃이 많을까?

[제주인뉴스=변미루 기자] ‘제주’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색깔이 무엇인가?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유채의 ‘노랑’을 떠올릴 것이다.

제주를 다녀간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마음속에 담아봤을 풍경. 신나게 엑셀을 밟다가 갓길에 차를 세우고 한참 바라봤을 풍경. 봄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풍경. 바로 노란 물감이 안개처럼 풀어진 ‘유채밭’이다.

십자화과에 속하는 두해살이풀인 유채는 제주도를 비롯해 남부지방과 일본, 중국 등에 널리 분포하는데, 그중에서도 제주 유채의 경관은 단연 으뜸으로 손꼽힌다. ‘제주도’하면 이제는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유채꽃. 왜 하필 제주도에 이렇게 많은 것일까?

 

▲ 사진=변미루 기자

‘먹기 위해’ 재배한 유채
유채가 처음 제주에 이입된 시기는 불분명하나, 척박한 섬 제주에서 사람들은 ‘먹기 위해’ 유채를 재배했다. 식용으로 유채를 재배하기 시작한 1960년대 초, 어린 식물은 나물로 먹고, 씨앗으로는 기름을 짰다고 한다.

꽃이 피기 전 연한 줄기와 잎 부분은 나물을 무치거나 김치를 담그는데 사용했고, 유채 씨앗으로는 콩기름·식용유를 만들었다. 변변찮은 농사 하나 짓기 어려웠던 척박한 땅 제주. 그 속에서 바람을 견디며 쑥쑥 자라나는 유채는 제주인들에게 귀중한 식량자원이었던 것이다.

점점 작아지는 유채밭
그러나 수입 자유화로 인해 외국산 유채가 유입되고, 참기름·올리브유·포도씨유 등 다양한 기름제품이 쏟아지면서 유채기름은 경쟁력을 잃는다. 또 식재료가 귀했던 과거에 달리 육지와의 교류가 활발해지며 도내 유채나물에 대한 수요도 줄어들게 된다. 더 이상 제주인들에게 유채는 예전처럼 매력적인 작물이 아니게 된 것. 실제로 1980년 8150ha이었던 재배면적이 급격히 줄어들며 2012년 184ha까지 감소했다.

 

▲ 사진=변미루 기자

노란 불씨를 살리기 위한 노력
유채가 줄어드는 현실과는 반대로 관광객들에게 ‘제주=유채’라는 공식이 뿌리내린다. 제주가 세계적인 관광지로 거듭나며 많은 사람들이 제주와 유채를 동일시하거나, 유채를 보기 위해 제주를 찾았다. 이에 제주도와 도민들은 ‘유채 지키기’에 나선다.

도는 유채 재배면적을 유지하기 위해 매년 지역 농가가 생산한 유채를 수매, 기름·샐러드용으로 업체에 판매하고, 신청하는 읍면동에 한해 유채씨를 제공했다. 또한 2007년부터는 유채를 신재생 에너지원으로 개발하기 위해 ‘바이오디젤용 유채 시범 수매사업’을 실행했다.

그러나 사업의 경제성과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3년만에 중단되며 재배량이 급감, 현재 제주시는 유채 종자 낱알 1kg당 1100원을 지원하며 재배량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유채는 제주의 상징이자 보물
현재 제주도와 도민들은 재배면적이 줄어든 만큼 특정지역을 대표적인 유채밭으로 보존하고 있다. 이제 유채는 ‘식용식물’의 기능을 넘어 제주인들이 지켜가야 할 ‘제주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것. 녹산로 드라이브 코스나 성산일출봉 부근 유채밭의 경우 제주의 가장 인기 있는 명소로 손꼽힌다.

또 유채를 활용한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생산하기도 하는데, 유채꽃길을 따라 걷는 ‘유채꽃 걷기 대회’나 해마다 열리는 ‘제주유채꽃큰잔치’가 그 예다.

결국 제주도에 유채가 많은 것은 사라져가는 유채를 지켜내고자 하는 제주인들의 노력 때문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노력이 없었다면 우리들은 바람에 흔들리는 유채 풍경에 가슴 떨려할 일도 없었을 터.

그 옛날 척박했던 제주 땅에 소박한 풍요를 가져다 준 유채. 앞으로도 오래토록 건강하게 피어나 사람들의 지친 마음을 어루만지는 샛노란 ‘희망꽃’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 사진=서귀포시청

 

저작권자 © 제주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