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개혁회의는 한마디로 파격 그 자체였다. 대통령과 장ㆍ차관, 대기업과 중소기업,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대표 등 160명이 한자리에 모여 저녁 늦게까지 ‘쳐부술 원수’인 규제를 혁파할 방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가운데 내각과 청와대, 감사원까지 총출동해 민간 대표와 머리를 맞대고 규제 개혁을 주제로 ‘끝장토론’을 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각종 규제에 대한 ‘쓴소리’가 쏟아졌고, 장ㆍ차관들의 답변과 설명 그리고 대통령의 코멘트가 이어졌다. 내용과 형식 면에서 여러모로 ‘파격적’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이 회의를 지켜보면서 국민은 규제 혁파를 향한 박근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손톱 밑 가시(규제로 인한 현장 애로)’ 해소 문제에 대해 언급하면서 규제 개혁에 관한 명확한 인식을 내보였다. “시장에서 포장 없이 생닭을 팔게 해달라’는 안건이 있지만 위생 문제로 풀기 어렵다”는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이 설명에 대통령은 “그러면 왜 ‘손톱 밑 가시’로 선정했느냐”고 질책하면서 “위생 문제도 해결하고 포장 없이 닭도 팔 수 있는 창의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무조건 안 된다고 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입장에서 ‘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길이 없으면 길을 찾는 적극적 자세를 가져달라고 주문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또 규제 개혁은 경제혁신과 재도약을 위한 핵심 열쇠이자 일자리 창출이라고 설명했는데 이는 “규제개혁이라고 쓰고, 일자리 창출이라고 읽는다”는 대통령의 최근 발언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다.

이번 회의는 KTV가 전체를 생중계하고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등도 일부를 생방송으로 전달했는데 그 자체가 훌륭한 소통 행사가 됐다. 과도한 미디어 노출이란 비판이 있을 수도 있겠으나 대통령이 회의를 주재하고 내각과 국민 대표가 거침없이 토론하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공개함으로써 박근혜 정부의 의사소통 방식에 대한 국민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매번 이런 행사를 할 수는 없겠지만, 규제 개혁에는 국민의 지지가 필요한 만큼 소통에 더 힘써야 할 것이다.

정부가 보고한 ‘규제시스템 개혁방안’도 눈길을 끌었다. 정부는 박근혜 정부 임기 말인 2016년까지 규제를 최소 20% 감축하고, 규제를 만들 때 국민과 기업이 직접 부담하는 비용만큼 기존 규제를 폐지하는 ‘규제비용총량제’를 내년부터 전면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일정 기간이 지나면 규제의 효력을 자동으로 없애거나 존속 여부를 재검토하는 ‘일몰제’ 적용을 확대하고, 미등록 규제를 대거 발굴해 감축하기로 하는 등 다양한 실행계획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런 계획을 다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역대 정부 가운데 김대중 정부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만5천여 개에 달했던 규제 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성과를 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규제 수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규제 개혁은 규제의 수나 양을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규제를 준수하는 데 들어가는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따라서 건수에 연연하기보다는 실질적 효과 위주로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림자 규제로 불리는 공무원의 비협조와 비합리적인 업무 관행도 싹 바꿔야 한다. 이제 막 시작한 ‘규제 개혁의 대장정’, 임기가 끝날 때까지 흔들림 없이 집행해 줄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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