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민을 불안하게 만든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사태와 관련해 22일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고객 개인정보의 무분별한 수집과 공유를 차단하고 유출 금융사와 경영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다는 것 등이 핵심 내용이다.

국민의 분노를 의식한 듯 전보다 강력한 대응책들이 포함됐다고 할 수 있지만 뒷북을 친다는 느낌을 도무지 지울 수가 없다. 국민카드, 롯데카드, 농협카드에서 1억여건에 달하는 개인정보가 유출되기까지 금융당국과 금융회사들은 무엇을 했느냐는 생각부터 드는 것이다. 금융사 등에서 고객정보 유출 사건이 터진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1년에 현대캐피탈, 삼성카드, 하나SK카드에서 고객정보가 유출되는 등 외부 해킹이나 내부자에 의한 유출사건은 계속 발생했다. 즉, 금융당국의 규제와 감독망의 허점을 노리고 등장한 신종 금융사기 같은 게 아니라 이미 여러번 문제가 된 사안인 것이다. 금융당국이 개인정보 유출 피해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대비했다면 지금 같은 사태까지는 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아쉬움이 남는 것도 그 때문이다.

대책의 내용에서도 이 정도로 해서 개인정보 유출이 막아지겠나 하는 의문이 드는 부분도 있다. 정부는 고객 정보 유출 금융사의 최고경영자에 대해 사안에 따라 해임까지 하는 등 제재를 강화하고 최대 3개월인 영업정지도 6개월로 늘리기로 했다. 징벌적 과징금을 도입해 불법유통된 개인정보를 활용해 영업한 금융사는 매출의 1%까지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고객정보를 유출한 금융사도 최대 50억원의 과징금을 내야 한다.

전에는 과태료 600만원이었던 것보다는 매우 강화된 제재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초대형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불안감에 시달리며 혼란을 겪는 국민이 이 정도로 납득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는 국민 개개인에 따라 엄청나게 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객정보를 유출했다가는 엄벌에 처해지고 금융회사는 망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낄 수 있도록 정부가 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재발하는 것을 막으려면 개인정보를 유통하는 시장부터 차단하는 등 근원적 노력을 해야할 것이다. 허겁지겁 쫓기듯이 대책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개인정보 보호 시스템을 면밀하게 재점검해보고 대책을 지속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대책은 검찰이 지난 8일 고객정보 유출사건을 발표한지 2주일만에 나왔다. 정부가 개인정보보호 태스크포스를 구성한지는 5일만이다. 졸속처방 아니냐는 지적도 받을만 하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신용카드를 가장 많이 쓰는 국가다. 미국 CNN방송이 작년말 '한국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잘하는 10가지'를 소개할 때도 신용카드 사용이 포함됐을 정도다. 작년 6월말 현재 우리나라의 신용카드 발급장수는 1억1천534만장으로, 경제활동인구 1인당 4.4장의 신용카드를 가진 셈이다. '신용카드 선진국'에 걸맞은 개인정보 보호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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