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다보면 작은 것을 탐내다 큰 것을 잃고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개개인의 삶에서 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정부 정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앞에 두어야 할 것이 바로 국민의 신뢰다. 국민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뒤에는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봐야 ‘백약이 무효’다.

우리나라에서 국민들의 원자력ㆍ방사능에 대한 불신은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커지기 시작했고, 여기에 갖가지 원전 관련 비리까지 더해져 정점을 찍고있는 상황이어서 신뢰라는 것을 찾기 위해서는 지하갱도를 파고 들어가야 할 정도다.

이같은 상황에서, 작금의 우리나라의 원자력과 방사선 관련 최고 관리감독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NSSC)의 행태를 보면 과연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의뭉스럽다.

이달 10일 원자력안전위는 원자력안전법을 위반한 업체 두 곳을 적발해 행정처분을 내렸는데, 이들 두 곳이 영세업체이고, 작업자 피폭 등 피해가 없었다는 이유로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다. 국민의 알권리와 안전에 대해서는 뒷전이 아닌가 싶은 대목이다.

이 같은 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열린 제18차 회의에서 원자력안전법 위반 업체 3곳을 적발해 행정처분을 내렸을 때도 그랬고, 지난해 원전 납품 비리 조사과정에서도 JS전선이 불량부품을 납품한 사실을 인지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같은 국무총리 소속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전처는 이달 7일 붕어빵과 호떡, 호두과자 등에 사용하는 팥앙금과 반죽 공급업체를 위생점검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사소한 허가기준을 위반한 식품원료 제조업체 33곳의 명단을 공개했다. 먹거리 안전을 위협하는 업체는 일벌백계 하겠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란다.

이렇게 되면 국민들이 “원자력이나 방사능보다 무서운 것이 알고 보니 붕어빵 반죽이나 팥앙금이란 말인가”라는 의문을 갖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겠나.

두 기관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보면 원자력안전위의 미션은 ‘국민이 신뢰하고 세계와 함께하는 원자력 안전 구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미션은 ‘삶의 질을 높이는 민생안전 확보, 생산부터 소비까지 사람중심 안전관리’로 돼 있다. 국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두 기관의 미션은 ‘안전’이라는 차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지만 정작 두 기관의 태도가 눈에 띄게 차이가 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원자력 안전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직접 ‘사회악’으로 규정하지도 않았고, 국민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도 없었으니까 ‘좋은 게 좋은 것 아니냐’는 식으로 넘어가자는 것인지, 아니면 세간에서 이야기하는 ‘원자력 마피아’들의 제식구 감싸기 아닌지 궁금하다.

심리학 용어 중 ‘부정성 효과(negativity effet)’라는 것이 있다. 사람들은 대개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것에 더 영향을 많이 받고 오래 기억한다는 것이다. 남녀관계에서 ‘열 번 잘해봐야, 한 번 잘못하면 끝’이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신뢰에 대한 국민의 심리도 다르지 않다. 특히 안전에 관해서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오랫동안 열심히 노력해 왔더라도, 자칫 한 순간의 오판이 지금까지의 모든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명심 또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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