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높은 곳에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가 사랑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 (누가복음 2장 14절)

2013년의 대미를 장식하는 성탄절을 맞게 되었다. 온 누리에 평화의 왕으로 오신 아기 예수님의 사랑이, 고통 가운데 신음하는 모든 이들에게 성탄의 기쁨과 감격, 은총과 참 평화가 충만하기를 기원한다.

예수님의 탄생은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들을 생명으로 인도한 사랑의 기쁜 소식이다. 아기 예수께서는 지극히 높은 하늘 보좌를 버리고 낮고 천한 말구유를 찾아 오셨다.

 
2000년 전 육신을 입고 이 땅에 오신 것은 모든 피조물을 구원하고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선포하면서, 나눔과 베풂의 사랑과 희생을 몸소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저 길이 남을 성육신의 사건은 곧 사랑이요 희생이다.

인간의 탐욕이 빚은 죄과로 인하여 자신의 파멸은 물론이고, 온 국민을 허탈과 자괴의 늪으로 빠뜨리고 있는 작금의 상황 속에서 예수님의 사랑과 희생의 대가가 얼마나 위대하고 고귀한 것인가를 새삼 깨닫게 한다.

더불어 예수님의 오심은 특히 세상의 부와 권력 그리고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아닌, 세상으로부터 소외받고 멸시당하는 비천한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의 친구가 되고 평화를 주시기 위함이다. 그래서 올 성탄절은 우리 모두가 이 성탄의 깊은 의미를 새롭게 이해해야 할 것이다.

이렇듯 겸손하신 평화의 왕이 이 땅에 오신 지 이천 년이 지났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는 자신을 높이며 권세를 다투는 수많은 무리들로 여전히 시끄럽다. 사람들은 권세가 보여주는 그 허망함을 알면서도 앞 다투어 그 소용돌이 속으로 자신을 내던진다.

올해도 어김없이 사회 곳곳에서는 양극화의 그늘에서 힘겨워하는 도시 빈민들과 가난한 농민들, 장애인들,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외국인 노동자들, 성적 억압을 당하는 여성들, 굶주리고 병든 북한 주민 등 수많은 사회적 약자들과 소외된 자들의 신음소리는 하늘을 울리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나라살림이 피폐해진 책임을 물어 여성으로 대통령을 바꾸는 결단까지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야 정치권은 구태를 벗지 못한 채 파벌과 정쟁으로 하 세월을 허비하며, 또 다시 민생을 나 몰라라 팽개쳐 민심을 흉흉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지구촌은 여전히 생존을 위협하는 가난과 병마에 지친 이들은 물론 반목과 질시, 증오와 보복의 포연이 자욱한 전쟁과 테러와 분쟁의 현장에서 억압과 공포의 절망 속에 고통받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우리의 이웃들이 겪는 이러한 고통과 산적한 문제들을 자본주의와 효율성의 논리만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 성탄은 이런 사망의 권세 아래 절망하는 온 인류에게 구원과 희망의 길을 활짝 여신 구세주의 강림을 기뻐하는 날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통해 하나님께서는 인류의 운명가운데 흉측하게 드리워졌던 죽음의 공포를 걷어내고 하늘로부터 부어지는 평화를 선포하셨다.

흉포했던 헤롯의 칼의 권세도, 그 당시 온 세계를 뒤덮었던 로마제국의 위엄도, 심지어는 만삭의 산모에게 빈 방을 내주기를 거절할 수밖에 없었던 사관 주인마저도, 죄의 암울한 그늘의 골 가운데 있는 인류에게 화해와 위로의 따뜻한 손길을 내미신 예수 그리스도의 역사적인 성육신 사건을 더욱 의미있게 만드는 무대장치에 불과했다.

그러므로 성탄을 맞는 우리 모두는 구원을 시작을 기뻐하며 동시에 소외된 이웃과 상처받은 영혼을 향해 관심과 사랑을 나타내는 날이어야 한다. 외로움과 미움으로 뒤틀려진 그릇된 가치관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보듬어 안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서기 2013년 우리 구주 나신 성탄절을 맞아 대한민국의 국민은 물론이거니와, 이 땅의 고통 받는 모든 이들에게 회복과 치유, 위로와 평화가 충만해지는 기적이 일어나기를 염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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