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수정명령에 따라 한국사 교과서 출판사들이 제출한 수정안을 교육부가 모두 승인하면서 지난 8월 이후 계속된 교과서 오류 및 이념편향 논란이 일단락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해결해야 할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교육부는 국사편찬위원회의 검정을 통과한 교학사 교과서에 대해 우편향·친일 논란이 일자 교학사 교과서만이 아닌 검정을 통과한 8종의 교과서 전체에 대해 829건을 수정·보완하라고 권고했고, 수정심의회를 구성해 이들 출판사가 제출한 수정·보완 대조표를 심의해 지난달 788건을 승인하고 나머지 41건에 대해 수정명령을 내렸다.

이 41건에 대한 출판사의 수정안을 최종 승인한 것이다. 승인과 동시에 온라인에 전시본을 게재했고, 이어서 서책형 전시본도 제공하게 된다. 이에 따라 일선 고등학교에서는 오는 30일까지 교과서 선정·주문 작업을 완료하게 되어 내년 신학기 학교 현장에 교과서가 차질없이 공급되게 됐다.

교과서 내용 중 논란이 됐던 문제는 모두 해소됐다는 것이 교육부의 입장이다. 북한의 토지개혁 실상, 천안함 피격사건 주체 서술, 6·25전쟁 당시 북한군과 국군의 양민학살사례 서술, 남북 대립 및 통일 논의 중단 원인에 대한 서술,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에 대한 서술, 반민특위 해산 과정에 대한 서술 등이 제대로 수정됐다는 것이다. 특히 집중포화를 받았던 교학사 교과서의 경우 '이승만 위임통치 청원서' 부분, 미화 논란을 일으킨 인촌 김성수의 광복 직전 동향 부분, 이승만 대통령의 친일파 청산 부분이 고쳐졌다.

또한 '한일합방'을 '한일합병'으로 바꾸고, 토착자본 부분에서 화신백화점을 삭제했다. 그러나 일제의 쌀 수탈을 '수출'로 표현한 대목은 교육부의 수정 지시에서 아예 빠진 탓에 교학사가 '반출'로 자체 수정하는데 그쳤고, 훈민정음 관련 내용도 지나치게 짧아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남아있다.

한국사 교과서를 둘러싼 일련의 과정은 교육문제를 중립적으로 다루지 못하고 이념적으로 접근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학계가 진보와 보수로 나누어 대립하고 정치권과 시민단체들까지 가세했다. 석 달 넘게 계속된 혼란은 출판사의 수정·보완 사항을 교육부가 최종 승인한 것으로 마무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의 수정명령을 받은 교과서 7종 중 교학사를 제외한 6종 교과서 집필자들이 수정명령 취소소송과 수정명령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출해놓은 상태다. 가처분신청이 기각되면 교육부의 일정대로 교과서 선정작업이 진행되지만, 가처분이 인용될 경우 41건의 수정명령이 무효가 돼 교육부가 수정 심의절차를 다시 거쳐 수정명령을 재차 내리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교과서 채택을 둘러싼 갈등도 예상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시민·사회단체가 교학사 교과서 불채택 운동을 준비하고 있고, 광주, 전북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교학사 교과서 채택에 부정적인 여론이 높다. 불채택 움직임에 대해 해당 출판사가 공정경쟁을 내세우며 반발할 수 있고, 채택 과정에서 외압 논란이 나올 수도 있다. 교과서 선정은 일선학교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지자체나 외부 단체들이 나서는 것은 일선학교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다.

이번 문제의 시작은 교과서 검정시스템이 허술했기 때문이다. 사실 오류나 편향 문제가 검정과정에서 엄격하게 걸러지지 못했다. 교육부는 검정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보완하겠다고 발표했다. 철저히 정비해서 이러한 소모적 논란이 다시 발생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 교과서를 신뢰할 수 없는 상태에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랄 수는 없다.

 

저작권자 © 제주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