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측촉발의 여야 대치정국 와중에 내년 예산안 처리문제가 근심과 우려를 낳게하고 있다. 국정원 개혁 등 국회를 공전시킬 폭발성 강한 정국쟁점들이 적지않은데다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예산이나 지역구 민원들이 졸속으로 끼어드는 조짐이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되풀이되는 일이지만 예산안 부실심사와 졸속처리로 혈세가 낭비되고 국고가 줄줄 새는 사태는 피해달라는 것이 한결같은 여론의 요구임을 여야의원들은 가슴에 새겨두기 바란다. 작년 대선이후 한치도 나아가지못하고 있는 우리정치 상황을 답답한 마음으로 지켜보는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민생예산 처리과정에서만이라도 염두에 두어달라는 얘기다.

예산안 처리과정이 바람직하지않은 전철을 밟고있는 조짐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이미 시한을 넘긴 탓에 정밀심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여야가 무려 9조원대에 이르는 선심성 예산을 추가로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증액요구분 대부분이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한 지역구 민원성 예산이다. 그중 국토교통위 등 예산심사를 끝낸 12개 상임위가 정부원안에서 증액요청한 금액이 약 4조7천600억원이다.

여기에 지역민원이 몰리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보건복지위, 교육문화체육관광위 등 3개 상임위를 합치면 9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인 것이다. 물론 이런 요구들이 모두 반영되기는 어려운 구조이지만 예산심사 과정을 지연,왜곡시켜 결과적으로 부실예산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실제 지난 봄 17조 3천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처리과정에서도 각 상임위가 2조2천억원의 지역민원 예산을 끼워넣었다가 여론의 호된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에 덧붙여 정국쟁점 관련 예산을 둘러싼 여야의 신경전도 적지않은 파열음을 낼 전망이다. 여당은 대선공약 관련 예산 등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예산 처리에 사활을 걸고 있는 반면 야당은 정국 쟁점 관련 예산저지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심사과정의 파행은 물론 헌정사상 처음으로 해를 넘겨 처리한 지난해의 경우처럼 막판 밀실심사와 졸속 일괄처리가 되풀이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여야 정치권은 예산심사제도의 전면적 손질에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 매년 예산심사의 졸속과 부실이 문제될 때마다 거론되어온 것이지만 여론과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쟁점예산을 둘러싼 여야간 줄다리기와 의원들의 지역구 챙기기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예산안 편성단계에서부터 심사, 확정과정에 이르기까지 투명성을 보장하고 확인할 수 있는 절차와 관행이 자리잡아야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예결위 상설화와 예산심사과정의 전면공개, 속기록 작성 의무화, 정부의 예산 편성 및 예산안 제출 시점 조정 등 큰 틀의 개선방향은 이미 제시되어 있는 만큼 정치권의 의지가 관건일 뿐이다. 일단 이번 임시국회가 예산안 심사처리에서 `나쁜 선례'를 추가하는 대신 '좋은 선례'로 모범을 보여주길 권고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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