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들어 처음 갖는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감사대상 기관이 무려 630개로 헌정 사상 최대 규모다. 20일간 각 상임위원별로 주말을 제외하고 하루 서너 곳씩, 많게는 7개 기관씩 감사해야 간신히 마칠 수 있다. 한 의원당 평균 질의시간이 채 20분도 되지 않으니 국감이 제대로 이뤄질지 의뭉스럽다.

국감 때면 늘 그래왔듯 금쪽같은 시간을 또다시 무분별한 정치공방으로 소모시킬지 모른다. 이번에도 NLL이나 대통령대화록, 채동욱 전 검찰총장 등 민감한 정치적 현안이 많기 때문이다. 더구나 민주당의 장외투쟁과 정국 파행으로 의원들이 국감을 준비할 시간도 턱없이 모자랐기에, 피감기관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했는지도 미지수다. 사상 유례없는 부실 국감이 우려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예외없이 국감 증인으로 기업인을 무더기로 불러놓고 보는 구태도 그대로다. 이번에는 무려 최고경영자급 기업인이 200명 가까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감사를 진행하다보면 반드시 기업 관계자의 증언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렇다면 해당 실무 관계자들만 불러서 물어보고 확인시키면 그만인데 굳이 내용도 잘 모르는 최고위급까지 불러 괜한 호통을 치고 망신을 주려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이렇듯 부실이 우려되지만 298명의 의원들은 끝까지 소임을 다하는 모습을 국민 앞에 보여야 한다. 여야 정파를 떠나 국민의 대변자로서 제대로 된 의정활동을 보여주고 평가받을 수 있는 최선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민생에 도움이 안 되는 정쟁은 삼가고, 감사 대상기관도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가능한 한 최소화해야 한다. 우선순위 밖의 피감기관은 서면 감사 등으로 대체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러나 궁극에는 국회 상임위 전체회의와 소위에서 정부기관 및 관계자를 불러 정책 진행상황을 점검하는 상시 국감체제로 바꿔야 한다. 국감기간 동안 전 행정부의 업무가 사실상 마비되기 때문이다. 국감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는 만큼, 차제에 관련 법 개정을 통해 당장 내년부터 시행해야 한다. 말로만 “민생국감, 정책국감을 하겠다”고 떠들며 주마간산(走馬看山)에 그치지 말고, 제도를 뜯어고쳐서라도 제대로 된 국감을 치러주기를 국민들은 갈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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