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인뉴스] 우근민 제주도지사의 공약사항인 행정시장 직선제가 제주도의회의 동의안 부결로 발목이 잡히면서 제주 정치권과 관변단체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도의회는 우 지사와 도가 제출한 '제주특별법 제5단계 제도개선(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에 진정성이 없으며 충분한 논의가 필요해 부결된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지만 몇몇 관변단체들은 시장직선제가 도입되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제주도주민자치협의회와 제주시이장협의회 등 6개 단체는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도민 85.9%의 의견을 무시한데 대해 실망과 분노를 느낀다며 당론에 따라 동의안을 처리한 도의원들은 즉각 사과하고 시장직선제를 수용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의 주장은 도지사가 임명하는 행정시장은 지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도민들이 시장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돌려달라는 것과 우 지사가 공약대로 시장직선제가 임기 내에 도입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제주 여야 정치권은 행정체제 개편은 제주의 백년대계를 결정지을 중차대한 사안인데 특정 언론사가 행한 신뢰성 없는 여론조사를 도민 의견수렴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밀어붙이는 것은 우 지사의 정치적 진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분명한 입장이다.

실제 이 같은 정치권의 입장은 여러 언로를 통해 노정되는 대다수 시민단체의 견해와도 다르지 않는 등 도민사회의 광범위한 요구로 나타나고 있다.

우 지사는 동의안 부결 직후 '시장직선제 추진은 끝나지 않았다'며 계속 추진 의사를 밝히고 있는데, 정부 차원의 논의와 국회 설득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 도의회의 반대마저 묵살하며 추진하려는 처사는 온당치 않다.

더구나 행정시장 직선제를 최적의 대안으로 도에 권고한 행정체제개편위까지 나서 '당리당략' '꼼수', 심지어 '도의회 무용론'까지 거론하며 즉각 수용하라고 엄포를 놓는 행태는 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을 처리하기 위한 이른바 '원 포인트 임시회'를 앞두고 책임을 정치권과 의회로 돌리려는 불손한 의도로 비춰진다. 

여야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내놓은 대안처럼 행정시의 권한 강화가 목적이라면 조례 개정을 통해서도 지사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고 주민자치를 확대할 수 있는 것이다. 동의안 부결은 다수 주민단체들이 공감하듯 우 지사의 무리한 추진과 행정시 기능 강화를 고려치 않은 진정성 문제에서 기인했던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행정체제 개편은 단순히 설문조사로 도민 의견을 수렴했다며 얼렁뚱땅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 제주의 백년대계를 결정지을 중차대한 사안인 만큼 차기 도정의 과제로 넘겨 충분한 논의와 대승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게 마땅하다.

우 지사와 제주도는 도의회 표결 결과가 보여주듯 도민사회의 광범위한 요구를 겸허히 받아들여 실효성 없이 소모적인 시장직선제 추진을 즉시 중단하고, 산재한 민생현안 해결에 매진해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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