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보름 남짓 앞두고 주부들의 한숨이 터져 나온다. 일반 소매시장에서 배추 한 포기 가격이 한 달새 70% 가까이 치솟았다. 유례없는 폭염과 남부지방의 가뭄, 중부지방의 긴 장마 등으로 작황이 좋지 않은 탓이다. 다른 채소류와 과일, 나물류 가격도 10∼30% 올랐다.

굴비ㆍ북어ㆍ참조기ㆍ병어ㆍ가자미 등 주요 제수용 및 선물용 수산물 가격도 크게 올랐는데, 이 역시 폭염에 따른 수온상승과 적조현상 때문에 어획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특히 장기비축이 어려운 선어인 참조기의 경우 전년대비 113%나 껑충 뛰고, 북어도 70%의 폭등세를 나타냈다. 최근 추석 선물세트로 인기가 많은 멸치 가격도 20% 올랐다.

우유값 인상 등 생활물가가 전국적으로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제주 시외버스 요금이 평균 14.3% 인상되고, 제주공항∼서귀포 중문단지를 오가는 리무진버스 요금까지 10.7% 오를 예정이어서, 가뜩이나 장기불황으로 가계형편이 좋지 않은 소비자들에게 또 다른 부담거리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국무회의를 거쳐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내놓고 주요 성수품의 정부 비축물량을 풀고 농축수산물 등 31개 추석 성수품 물가를 집중 관리하기로 했다. 추석 성수품 가격과 개인서비스 요금 등은 매일 조사하고 직거래 장터·특판장을 개설해 시중가격보다 10∼30% 할인 판매하기로 했다.

제주도도 김선우 환경경제부지사 주재로 물가대책회의를 열고, 오는 22일까지 ‘물가대책종합상황실’을 운영키로 했다. 성수품 및 개인서비스 등 5개 분야 32개 품목을 특별관리품목으로 선정, 집중 점검하는 한편 이들 품목을 포함한 70개 장바구니물가를 주2회 조사해 결과를 공표한단다. 또 농․수․축협 등 생산자단체를 중심으로 공급량 확대, 직거래장터 개설, 중소기업 이제주몰 할인 등 가격안정화 행사도 대대적으로 실시하겠단다.

이와 함께 제주도는 성수품의 안정적 수급과 유통질서 확립을 위해, △행정기관은 소비자단체 등과 협력하여 물가 합동지도・점검반을 편성, 성수품에 대한 담합행위, 가격미표시, 원산지표시 불이행 등 불공정거래 행위가 근절되도록 현장중심의 지도․단속을 실시하고 △위생단체연합회의 자율지도원(200명)을 통해 가격동향감시 등 자율적인 개인서비스요금 안정을 유도해 나가며 △소비자단체는 개인서비스요금 안정을 위해 착한가격업소 이용과 입소문내기 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란다.

중앙정부나 제주도나 매해 똑같은 레퍼토리의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않고 언제까지 똑같은 연례행사를 되풀이해야 하는지 답답하다.

물론 역대 정권들도 물가와의 전쟁은 풀기 어려운 숙제였건만 일개 지방자치단체가 오죽하겠는가. 하지만 중앙정부만 쳐다보며 물가잡기 시늉만 하지 말고 특별자치도 이름에 걸맞게 스스로 해결책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체감물가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지표물가를 개선하는 일이 시급하다. 통계청 발표를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1.3% 올라 10개월째 1%대에 머물고 있다. 생활물가가 올라 서민들이 아우성인데 한쪽에선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올 정도니 어이가 없다. 지표물가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함은 물가지수를 계산할 때 생활물가와 밀접한 품목들의 가중치가 낮기 때문이다. 무상보육과 무상급식도 물가지수를 끌어내렸다.

체감물가와 지표물가가 따로 놀게 되면 정책에 오판을 가져올 수 있다. 도 차원에서 국민생활과 밀접한 식료품이나 생활물가 가중치를 높이고 물가지수 개편 주기를 현재보다 단축할 필요가 있다.

추석물가의 가장 큰 문제는 천수답 농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첨단과학시대를 살면서도 변화무쌍한 기후 때문에 작황량 예측이 번번이 빗나가다보니 치솟는 물가 앞에 속수무책이다. 기후 예측에 따라 작황량을 조절하는 등 세밀하고 과학적인 농정이 필요한 이유다.

농수축산물 주요 수급불안 품목에 대해선 저온저장고 등을 통해 자체 비축물량을 늘려 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 중간상들의 폭리를 줄이기 위해 유통구조 및 유통단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작업도 더 속도를 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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