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하정 송산동주민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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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돌프 아이히만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서 6백만명의 유대인학살(홀로코스트)의 총책임자에 있던 인물이다.

독일의 패망 후 아이히만은 전후 전범재판에 넘겨졌고 이 재판과정이 전세계 37개국에 생중계 되었다.

사람들은 아이히만이 유대인 대학살에 대해 거대한 동기나 이데올로기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는 공무원의 신분으로 상부의 명령에 의해 이루어진 당연한 의무에 충실했을 뿐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러한 아이히만을 보고 유대인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무능력, 그것이 바로 악이며 타인의 고통을 헤아릴 줄 모르는 생각의 무능은 행동의 무능을 낳는다 ’라고 했다.

그렇다면 악은 어디서 오는가?

인간의 악이라는 것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본인이 스스로 생각을 하지 않으면 누구나 악인이 될 수 있다.

악이라는 것은 대단히 그럴듯한 어떤 것이 아니다.

오히려 평범하고 진부한 것이다.

그리고 그 ‘평범한 악’은 타인을 생각하지 않는 태도에서 나온다.

2020년 겨울부터 시작된 코로나19로 우리는 한 번도 겪어보지도 세상을 현실로 대면하고 있다.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자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여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고 의료진들 역시 살인적인 업무강도에도 감염자의 완치를 위해 헌신하고 있으며, 각 개인들도 이 암담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마스크 안 텁텁한 공기와 답답한 일상을 견디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개인의 최소한의 의무를 져버리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자가격리자임에도 불구하고 자가격리 조치를 위반하고 다중이용시설 등에서 방역수칙을 어기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어 며칠이면 안정화될 것 같았던 코로나 상황이 2월부터 백신접종을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4차 대유행’의 갈림길에 놓여있다.

지금 이러한 사회 전체의 위기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타인, 그리고 더 나아가 공동체를 생각하는 청렴의식이다.

청렴이라는 도덕성은 공직자는 물론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유명한 역사학자 유발하라리는 ‘전체주의적 감시 체제를 동원하지 않아도 시민적 역량을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를 막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고 스스로 정보를 잘 알고 있는 시민들은 보통의 감시 받는 무지한 대중보다 강력하고 효율적이다.‘ 라며 시민의 자발적인 의식과 노력을 강조했다.

타인에게 고통을 주지 않기 위해, 개인의 생각의 무능이 사회 전체에 대한 ‘평범한 악’으로 귀결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시민으로서 청렴의식을 가지고 생활한다면 이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해 낼 것이고 이 위기를 발판으로 공동체를 위해 ‘특별한 선’을 실천하는 한층 더 성숙된 사회구성원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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