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이날 윤 총장은 검찰총장직 사퇴의사를 밝혔다. 윤 총장은 최근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문제를 두고 여권과 날카롭게 대립해 왔다. 2021.3.4/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4·7 재보궐선거를 마친 야권의 시선은 이제 1년여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를 향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재보선에서 범야권이 압승을 거두면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재보선 승리 일등공신인 김 전 위원장과 윤 전 총장의 만남이 현실로 이어질지 야권의 시선이 자연스레 이동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자신의 책 '김종인, 대화'에서 '대통령이 갖춰야 할 다섯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윤 전 총장은 김 전 위원장이 제시한 대통령 자격에 부합하는 인물일까.

◇ 개방·다양성·안보·경제·교육…5가지 조건 갖춰야

김 전 위원장은 책에서 '대통령이 갖춰야 할 다섯 가지 조건'으로 Δ개방에 대한 인식 Δ안보에 대한 관점 Δ다양성에 대한 이해 Δ경제에 대한 지식 Δ교육에 대한 의지’ 등을 제시했다.

세계가 연결된 만큼 개방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새로운 형태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내적 안보'를 위해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김 위원장을 설명했다.

또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현대사회에서 '다양성에 대한 이해'를 통해 갈등을 조정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경제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며 경제를 강조했다. "머리는 빌리면 된다"고 한 김영삼 전 대통령을 비판하며 "정치는 8할이 경제"라고 했다.

아울러 '백년대계'인 교육은 임기 중 확실히 성과가 나타지 않더라도 소홀히 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 포부나 이상이 없는 것도 문제…분명한 목표 있어야

김 전 위원장은 "우리나라에서 정치인이 되는 코스가 대체로 어떤 우연한 기회에 '정치나 해볼까?'하고 뛰어든 경우가 많다"며 "길거리에서 캐스팅된 연예인처럼 정치인이 되는 것"이라고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오랜 시간 정치를 준비했다는 사람들도 만나보면 교양이나 정치적 식견, 전문 역량을 오랜 기간에 걸쳐 축적한 것이 아니라 좀 유명한 정치인, 보스 뒤만 졸졸 따라다니면서 계파 정치만 잔뜩 배웠구나 하는 쓸쓸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포부나 이상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뚜렷한 목표 없이 특정인에 속해서 정치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추종자만 많으며 주체적 설계자가 없다"고 정치권을 겨냥했고, 특히 민주당을 향해서는 "옳고 그름을 판단하면서 자기 독자성을 가진 사람이 하나도 없다"며 "그 당에 정치인이 아예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신 만의 목표가 분명히 보이는 사람이 '선이 굵은 정치인'이라고 했다. 정치인이라면 뚜렷한 목표의식을 갖고 정치를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 검증받지 않은 윤석열…만날 수 있다 김종인

윤 전 총장을 김 전 위원장이 제시한 대통령의 조건에 부합하는 인물로 볼 수 있을까. 현 시점에서 판단하기 힘들어 보인다.

윤 전 총장이 5가지의 대통령 조건은 물론, 이에 부합하는 경력도 부족하다. 또 국정과 관련된 다양한 사안에 목소리를 낸 적이 없다.

여권에서 윤 전 총장을 공격할 때, "검증이 본겨화 하면 한계가 드러날 것"이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검사 출신으로 다양한 현안에 대한 이해를 갖추지 못했을 것이란 지적이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이 제시한 '목표의식이 있는 정치인' 등의 조건에는 윤 전 총장이 부합할 수 있어 보인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했던 윤 전 총장은 자신을 검찰총장에 임명한 문재인 대통령과 날을 세웠는데, 김 전 위원장이 그린 정치인의 모습 중 일부가 투영된다.

윤 전 총장을 향한 김 전 위원장의 호감도도 감지된다. 앞선 언론인터뷰에서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치 경험도 전무하다. 대선 나간다고 선언하면 거품 빠질 거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는 질문에 "우리나라 과거 대통령들도 봐도 무슨 이것저것 다 알아서 대통령 한 사람 별로 없다"며 "지금부터 어떻게 처신하느냐에 달려 있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9번이나 시험을 보는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많이 겪고 책도 많이 읽은 것 같다"며 "검사만 한 검사가 아니다"고도 했다.

윤 전 총장을 만나면, "나라를 위해서 자기를 참 희생할 수 있는 그런 대통령감이 하나 필요하다. 그걸 조언해주고 싶다"고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8일 비대위원장직을 마치면서 윤 전 총장과의 만남에 대해 "자연인으로서는 맘대로 내가 활동할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만남을 요청하면 응할 수 있다는 대답인데, 두 사람의 만남이 성사될지, 만난다면 김 전 위원장의 평가는 어떻게 내려질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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