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등에 대한 논쟁을 지켜보면서

고창남 컬럼리스트
고창남 컬럼리스트

최근 정치권에서는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단연 앞서나가면서 이 지사에 대한 견제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국무총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 이어 친문(親文) 핵심인 김경수 경상남도지사까지 기본소득제를 정면 비판하고 나왔다. 차기 대선 지지율 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이 지사에 대한 다른 여권 대선 주자들의 협공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이낙연 대표는 이 지사가 내세우는 기본소득에 대해 “알래스카 외에는 하는 곳이 없고

기존 복지제도의 대체제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고, 보편적 복지인 기본소득에 맞서는 신(新)복지체제를 내세우며 선별적 복지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2월 3일 "보편적인 기본소득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시행한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라고 기본소득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친데 이어, 최근에는 "왜 쓸데없는 데다 우리가 전력을 낭비하냐"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도 "자산이나 소득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균등하게 지급하자는 것은 정의롭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며 기본소즉을 비판했고, 김경수 경남지사는 "포퓰리즘 공약을 쏟아붓는 것으로는 대선을 치르기 어렵다"며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표 정책인 `기본소득`을 겨냥했고, “이 지사가 `기승전 기본소득`만 계속 주장하면 정책 논의를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고 했다.

김연명 중앙대 교수(전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도 “기본소득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라고 비난했고, 야권에서는 유승민 전 의원 등이 기본소득이 공정과 정의에 반한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새해 들어 이낙연·정세균·임종석 등 여권의 차기 주자들은 ‘선별적 두꺼운 복지론’을 내걸고 이 지사의 기본소득제를 협공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이에 대한 이재명 지사의 대응은 의외로 유연하고 탄력적이다. 그는 페이스북 글에서 “기본소득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며 “훌륭한 정책 경쟁에 참여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 잘 다듬고 더 많이 듣겠다”면서 “기본소득 외에 여러 구상들을 두려움 없이 제기하고 논쟁하며 배우겠다”고 했다.

이와 같은 기본소득 논쟁과 관련하여, 한가지 아쉽고 유감인 것은 기본소득의 본질과 제대로 된 정책 내용에 대한 토론은 거의 없고, 계파적 정쟁과 인신공격성 발언들이 난무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쓸데없는 데다 전력을 낭비한다”는 얘기와 임종석 실장이 “이낙연 틀린 말을 안했는데 화를 많이 냈다”고 하는 것은 분명히 자극적이고 인신공격적 발언이다. 김연명 교수의 “기본소득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라고 비난한 것도 마찬가지이다. 친문(親文)이니 비문(非文)이니 하는 계파 간의 비난이나 협공도 자제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김경수 지사는 “경선 과정에서 기본소득론과 복지국가론이 논쟁을 거치면서 잘 정리가 될 것”이라고 하면서 논쟁과 토론의 여지를 남겨두긴 했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하고도 필요한 것은 대선주자들 간 인신공격이나 서로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기본소득의 본질과 제대로 된 정책 내용에 대한 토론이다. 최근에 이낙연 대표가 자신의 복지론을 체계화한 ‘신복지체제’의 얼개를 공개하면서 복지를 둘러싼 정책 대결의 양상도 있긴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정책 내용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은 아직 없고 거대 담론만 제시되는 수준이다.

우선 기본적인 개념을 살펴보면, 기본소득(basic income, universal basic income)은 재산이나 소득의 많고 적음, 노동 여부나 노동 의사와 상관없이 개별적으로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균등하게 지급되는 소득이다. 토머스 모어의 소설 《유토피아》에서 처음 등장하였으며 1970년대 유럽에서 논의가 시작되어 2000년대에 들어 논의가 급속히 확산되었다. 이낙연 대표의 신복지체제는 간단히 말하면 “소득, 주거, 고용, 교육, 의료 등 8개 항목마다 국민 생활 최저기준과 중산층 기준을 설정하되 최저기준은 국가가 의무적으로 보장하자는 것"으로 '개인 중심의 복지제도로의 전환'이라고 한다.

기본소득과 신복지체제는 공통점도 있는데, 모두 저소득층에 집중해 시혜적 지원을 베푸는 보수적 복지 패러다임을 넘어 ‘보편적 권리’로서의 복지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각기 장기적 청사진은 다를 수 있지만, 중·단기적으로 추구하는 지점은 상통하는 부분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전문가들 간에 심도 있는 토론을 해보면 기본소득과 신복지체제의 장단점, 공통점과 차이점, 한계점과 발전방향 등이 나올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한 가지 고무적이면서도 주목해야 할 점은, 시민사회에서 이미 ‘기본소득국민운동본부’가 출범하여 전국적으로 지역본부의 출범 등 조직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에 출범한 기본소득국민운동본부는 기본소득에 동의하고 공감하는 모든 세력들이 하나의 힘으로 뭉쳐 실현가능한 방안을 찾고 실험을 통해 검증하고 시행 가능한 제도로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논의에만 맡겨 둘게 아니라 국민들이 직접 나서서 반드시 실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출범하였다. 기본소득과 관련된 연구 및 학술활동, 세미나, 기본소득 정책의 법제화 추진 등의 활동을 통해 국민의 권익보호와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물론, 보편적 복지 실현을 위한 시민사회단체에는 기본소득국민운동본부 외에도 기존의 참여연대, 내가만드는복지국가,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지역복지운동단체네트워크 등 많은 단체들이 있다. 향후에는 정치권에서 진행되는 기본소득 및 신복지체제에 대한 논쟁과 관련하여 이러한 시민운동 단체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기본소득과 신복지체제에 대한 토론과 여론 수렴 등을 전개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럼으로써 정치권과 시민단체들 간의 소통이 활성화되고 활발한 토론을 통하여 건전한 여론 형성이 기대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건전한 토론과 논쟁을 통하여 상호 정책경쟁을 하고 유권자인 국민들은 합리적인 판단을 통해 자신의 지지 후보를 결정하고 선거에서 투표를 통하여 대통령을 뽑는 것이 민주적이고 올바른 방향이다.

바라건대, 지금부터라도 일종의 ‘기본소득 대 신복지체제’에 대한 대토론회 또는 밤샘토론 등을 통하여 건전한 상식과 민주주의적 기본 자질을 가지고 합리적인 정책대결을 펼쳐나가기를 바란다. 물론 여기에는 더불어민주당 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등 야당에서도 참여하여 범국민적 차원에서 더욱 더 활발한 토론이 전개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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