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26일 제주 제주시에서 한 시내버스 운전기사가 핸들에서 양손을 떼고 턱을 괸 채 운전하고 있다.(제주도청 홈페이지 갈무리)2021.2.20/뉴스1© News1


(제주=뉴스1) 홍수영 기자 = 지난 1월26일 저녁 제주시 한 도로 위 삼화지구 방면 시내버스 안.

제주도민 A씨는 창밖 풍경을 바라보다 이상함을 느꼈다. 자신이 타고 있던 버스가 다른 차량들에 비해 현저히 늦은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운전기사의 모습을 확인한 A씨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핸들 위에 양손이 아닌 팔꿈치를 올린 운전기사가 턱을 괸 채 운전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버스는 앞으로 움직이고 있었지만 운전기사의 ‘팔꿈치 운전’은 계속됐다.

양손을 주물거리며 핸들을 잡을 생각이 없어 보였던 운전기사의 모습에 A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제주도청의 신문고에 글을 올린 A씨는 “사고는 한순간에 벌어진다”며 “핸들 위에 턱을 괴고 운전하는데 그래도 되는 거냐”고 시정을 요구했다.

2017년 제주 버스 준공영제가 시행된 후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난폭운전과 불친절 서비스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2017년 9월 ‘대중교통체계 개편 1개월’ 기자회견을 통해 “버스운행 관리는 지방정부에서 감독하게 돼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당시 제주도 예산의 2%인 800억원 이상을 대중교통 분야에 투입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제주 버스 준공영제에 따른 예산은 2017년 328억원을 시작으로 2018년 965억원, 2019년 962억원, 지난해 1002억원으로 불어났다.

이처럼 하루 평균 2억6000만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고 있지만 시민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지난 8일 오후 버스를 탄 B씨(36)는 운전기사의 행태에 공포를 느껴야 했다.

제주시 정부제주지방종합청사 정류장에 정차한 운전기사가 화를 내며 승객을 다그쳤기 때문이다.

“빨리 말해야죠! 늦게 내릴려면!”

운전기사의 고함소리에 버스 안 승객 모두가 얼어붙었다. 버스가 다시 출발하려는 순간 미처 내리지 못할 할머니가 차를 세워달라고 하자 벌어진 일이었다.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는 늦어서 미안하다고 양해를 구했지만 운전기사의 분노는 멈추지 않았다.

B씨는 “운전기사가 소리를 지르면서 급정거하는 바람에 승객들이 다 넘어질 뻔했다”며 “그 뒤 난폭운전을 계속해 사고가 날까 걱정됐다”고 전했다.

이같은 시내버스 난폭운전과 불친절, 정거장 무정차 등에 대한 시민들의 호소는 제주도청 신문고에 매일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제주도민 C씨도 지난해 연말 도로 위 폭탄과 다름없던 버스를 신문고에 고발했다.

제주대학교 근처에서 운전 중이던 C씨는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 앞에서 멈춰섰다. 보행자에게 길을 양보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보행자가 길을 건너려던 순간 시내버스가 돌진했다. 가까스로 보행자가 피하며 충돌사고는 없었지만 C씨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C씨의 차량 뒤에 있던 버스가 우측 갓길로 추월을 시도하며 벌어진 일이었다.

해당 버스의 난폭운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결국 C씨의 차량을 추월한 버스는 빠른 속도로 내달리면서 다른 차량들도 추월하기 위해 중앙선을 침범하기도 했다.

C씨는 “신호등도 없고 보행자가 많은 거리에서 대중교통 운전기사가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중앙선까지 침범했다”며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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