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용 동홍동주민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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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코로나-19라는 경험해 보지 못한 질병 속에 살아가고 있고, 우리 삶의 모습은 예전에 비해 많이 변화 하였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경험해보지 못한 생활습관에 적응하며 ‘떨어짐’ 속에서 ‘친밀함’을 추구하는 어찌 보면 모순적인 생활습관을 강박처럼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 이 재난이 오기 전까지 우리는 ‘친밀함’은 ‘가까움’위에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고, 사회적 변화는 ‘가까움’에 바탕을 둔 많은 생활양식들을 사라져야 할 대상으로 변화시켰다. 양푼밥 또한 이제는 피해야 하는 생활습관이 되고 말았다.

내가 양푼밥을 처음 경험한 것은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감귤을 따러 과수원에 간 때였다. 밥상도 없이 돗자리위에 반찬 두어개를 늘어놓고 가운데 양푼에 밥이 수북이 담겨 있었다. 사람들은 밥을 먹으며 누가 말하지 않아도 양푼에 어느 정도가 자신이 먹어야 하는 양인지를 수저를 뜨기 전부터 생각해보고, 딱 그 정도만 수저를 뜨려고 노력한다. 사실 양푼에는 경계가 없어 누가 더 먹어도 누가 덜 먹어도 티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같이 생활하는 사람들은 양푼밥 앞에서 자신이 더 먹으려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내가 더 먹는 만큼 누군가가 덜 먹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것이 공동체의 삶을 살아가는데 서로에게 유익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청렴이라는 것 또한 양푼밥의 보이지 않는 선을 지키는 것과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는 사회의 자원을 한 양푼 안에 담아두고 같이 나누며 살아가고 있으며 내 몫이 어디까지인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으며, 내가 더 차지하려 하면 누군가의 몫이 줄어들게 되는 것을 알고 있다. 나의 배부름이 누군가의 배고픔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청렴은 고고한 선비의 마음가짐이 아니다. 오히려 과수원 작업에 나온 인부를 사이에 서로를 챙기는 마음이, 우리가 점심자리에서 느끼는 감정이 청렴에 더 가까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청렴이란 이런 작은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우리가 일상에서 옆 사람과 같이 살아가기 위하여 내가 아는 것을, 내가 느끼는 것을 실천해 나가는 것, 이러한 모습이 우리 사회를 서로 배려하며 공정함을 추구하는 공동체로 변화시켜 나갈 것이다.

양푼밥을 먹는 생활양식은 사라지더라도 양푼밥을 먹던 사람들의 마음은 우리 사회 속에서 계속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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