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미끼’에 물려 몸부림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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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상 시인@제주인뉴스

송상 시인의 근작 ‘생각의 미끼를 문 순간’이 세상을 향해 입질을 하기 시작했다. ‘생각의 미끼’에 물려 몸부림치는 것이 바로 시인 자신임을 ‘시인의 말’을 통해 고백한다. 혓바닥에 꿰인 미늘이 서러웁다.

“내 상상의 회로를 거쳐 간 문장들이

뒤틀린 은유의 맛이 배어 있다고

혓바늘이라도 증언해준다면

시간을 쥐어짜던 불면의 밤을

봄볕이라고 위무할 터인데.

시원(詩園)을 망치는 병든 말들을

또 내놓은 것은 아닌지.”

세상에 시집을 내놓는 시인의 떨리는 마음을 읽는다. 이번 시집은 ‘시인의 말’을 시작으로 제1부 ‘말의 사슬’ 외 14편, 제2부 ‘비’ 외 14편, 제3부 ‘목련나무 아래서’ 외 14편, 제4부 ‘양면’ 외 14편 총 60편을 싣고 있다.

박성현 시인은 “송상 시인의 문장은 까마득히 멀고, 멀어서 가깝다는 이상한 역설에 충실하다”며 “이러한 역설이 가능한 이유는 ‘반성’이라는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향한 시선 때문이다”라고 평하였다.

송상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속, 시 한 편을 소개한다.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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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상 시인, 현대시 시인선 218@제주인뉴스

-송상

코끼리 창자 속 아프리카, 수컷 왕잠자리에 호박꽃, 찔레꽃에 찔린 개구리, 사이렌에 매달린 불면증, 죽은 자의 컵라면, 노란 별의 허리춤, 빙글빙글 벚꽃 흩날리는 초겨울

누군가 따라 부르고 있는

너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서로에게 미끼가 되어주는 것들이 서로의 노래를 따라 부른다. 그 노래는 생의 노래, 사의 노래다. 서로가 서로의 배경이 되어준다. 어린왕자의 보아뱀이 코끼리 창자 속으로, 모자로 몸을 바꾸는 노래 한 소절이 까마득히 들려온다. 20대 초반 노동자가 남기고 간 가방 속 컵라면이 오랫동안 우리의 눈동자 속에서 불어 터진다. 너를 따라 부른다. 오랫동안 부른다. 사랑하는 너를 쉼없이 부른다.

송상 시인은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리에서 출생했다. 1997년 '문학21'로 등단, 첫 시집 「애벌레는 날마다 탈출을 꿈꾼다」 에 이어 「등기되지 않은」 「생각의 미끼를 문 순간」을 펴냈으며 제주문인협회 시분과 회원, 한라산문학동인 회장역임 등으로 문학 활동을 활발히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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