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경환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 부경환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한해가 마무리 되고 있다. 그런데 연말이 되었다 하면 눈에 거슬리는 장면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바로 보도블록 교체 공사이다. 멀쩡해 보이는 도로바닥을 파헤치고 교체하는 등 보수공사를 진행한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통행차량들이 가다 서기를 반복하며 교통 흐름이 자주 끊겨 불만을 호소한다. 운전자뿐만 아니라 보행자도 차들이 질주하는 위험천만한 도로로 공사현장을 우회하여 통행하여야 하기 때문에 보행자의 안전도 위협한다.

 왜 이렇게 유독 연말만 되면 보도블록 공사를 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내년도 예산을 맞추기 위해서이다. 니스카넨의 이론에서 알 수 있듯이 관료는 예산 극대화를 통해 자신들의 영향력과 승진 기회를 확대하려 한다. 이로 인해 서로서로 예산을 더 받기 위해 경쟁하며 노력한다. 이러한 예산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려는 게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은 바로 예산에서 나오고 아무리 좋은 정책도 예산이 없으면 실행할 수가 없다. 문제는 이렇게 최대한 많이 확보한 예산이 남는 것이다. 예산이 남아 사용하지 못한 예산이 생길 경우 차기년도 예산 상정시 예산을 삭감한다.

 예산을 절감해서 예산이 남은 것인데 잘했다고 하지는 못할망정 더 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여 예산을 삭감해 버리니 이러한 남는 예산을 다 사용하기 위해 보도블록 공사나 각종 공사를 진행한다.

 남는 예산을 사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는 보도블록 공사는 대부분 멀쩡한 도로를 다시 뜯거나 조금만 금이 가거나 깨져도 교체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주민의 편의를 위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행정이 존재하는 이유는 지역주민의 더 나은 삶과 행복을 위한 것이다. 길을 걷다 보면 어린이보호구역에 교통안전시설물 정비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노후하거나 훼손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표지판도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곳도 많이 볼 수 있다. 이렇게 남는 예산을 정작 필요한 곳에 사용되지 않는 예산을 복지나 다른 부분에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보여주기 식이 아닌 실질적인 주민의 편의와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하여 국민의 혈세인 예산을 신중하게 사용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제주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